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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준 칼럼] ‘캠퍼스 두만강’의 꿈

입력
2017.07.25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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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의 독자적 동양평화 구상

동북아 청년들 교류와 학문연마의 장

동방경제포럼서 어젠다 제시할 만해

지난 한 주일 동안 동북아공동체연구재단(이사장 이승렬)이 기획한 북중러 접경지역 워크숍에 다녀왔다. 먼저 뤼순 및 다이롄 지역을 방문해 안중근 의사가 순국한 뤼순 감옥 등을 돌아보고, 압록강을 거슬러 올라가 집안에 소재한 호태왕비 등 고구려 유적을 탐방했다. 그리고 백두산 천지를 거쳐 두만강을 따라 북중러 접경 지역인 방천의 용호각을 방문하고, 마지막으로 연변과기대학을 찾아가는 바쁜 일정이었다.

안중근 의사의 ‘동양평화론’에 대해 짧은 논문을 집필한 바 있던 필자에게, 그 저작이 탄생한 뤼순 감옥의 독방을 직접 방문한 것은 개인적으로 뜻 깊었다. 미완성 상태인 ‘동양평화론’ 및 뤼순 법정에서의 답변 등을 통해 안중근 의사는 당시 일본이 주장하던 동양평화 담론의 허구성을 비판하였다. 그리고 진정한 동양평화를 위한 대안으로 한중일 3국에 의한 공동의 동양평화회의체 구성, 공용 화폐 발행을 통한 경제적 공동 발전, 나아가 3국 청년들에 대한 2개 언어 이상의 교육과 공동의 평화군 구성을 역설한 바 있다. 당시 조선 병합을 추진하고, 나아가 만주 지역에 대한 침탈까지 도모하던 일본의 현실을 고려했을 때, 과연 이 구상이 어느 정도의 현실성을 가졌을까 하는 데는 의문이 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지역에서 한때는 적대국이던 독일과 프랑스 등이 중심이 되어 경제 통합 및 정치 통합을 전개한 역사를 우리는 알고 있다. 100여년 전 안중근 의사가 옥중에서 피력한 동양평화의 구상이 오히려 유럽에서 구현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21세기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은 안중근 의사의 구상과는 무관한 진로로 치닫고 있다. 북한의 핵 및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은 한반도 안보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미중 간의 글로벌 세력 경쟁, 중일 간의 지역 내 주도권 경쟁 등이 중첩되면서 동북아 지역은 갈등과 대립의 불씨를 안고 있다. 과연 어떠한 전략과 수단들로 동아시아 역내 상호 경쟁을 극복하고 평화적 공존의 씨앗들을 뿌리게 할 것인가.

마지막 방문지였던 연변과기대학에서 그 실마리를 찾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25년 전 중국 정부가 김진경 이사장의 제안을 받아들여 중외합작대학 1호로 설립한 이곳에는 조선족과 중국적 학생은 물론 한국, 러시아, 북한 등지에서 온 유학생들이 함께 어우러져 한국, 중국, 독일 등 다국적으로 구성된 교수진으로부터 영어, 중국어, 한국어 등 3개 언어로 의학과 공학 등 15개 전공을 교육받고 있었다. 갈등 관계에 있는 국가의 청년들이 함께 모여 우정을 나누고 학문을 연마하는 연변과기대 같은 곳이야말로 안중근 의사가 말한 ‘동북아 청년들의 평화군’에 근접한 모습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마침 문재인 정부가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였다. 향후 5년 동안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 과제들 가운데에는 북한 나진지구와 러시아 하산을 연결하는 남북러 삼각협력 등의 신북방정책, 그리고 이 지역과 한국 동해안을 연결하는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등이 포함되었다. 이러한 구상들과 연계하여 한중일러, 나아가 북한 지역 학생들이 서로 모여 학문과 우정을 나누는 대학 공동체를 북중러 삼국 접경 지역에 확대하는 방안은 어떨까. 이미 한중일 간에는 정부간 협력 사업 일환으로 각국 대학원생들이 상호 교류하는 캠퍼스 아시아 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를 중국 옌볜 지역과 러시아의 연해주, 그리고 일본이나 북한의 동해안 소재 대학들에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 주최로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될 예정의 동방경제포럼에서 한국의 국제협력 어젠다로 이런 구상을 공식 제안한다면 더욱 효과적일 듯하다. 각국 대학생들의 상호 학문 교류를 보장한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이 유럽 통합을 촉진한 바 있다. 동북아의 청년들이 서로 교류하는 ‘캠퍼스 두만강’ 같은 구상이 어쩌면 21세기 동양평화의 가능성을 열게 하는 통로가 될지도 모르겠다.

박영준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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