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장기간 남매 폭행 인정되지만
계획적 살인ㆍ잔혹한 수법 중형 불가피”
대법원이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문모(43)씨에게 1ㆍ2심과 같이 징역 20년을 확정했다. 범행을 공모한 문씨 누나(47)도 징역 18년이 선고됐다.
남매는 어릴 적부터 아버지로부터 욕설을 듣고 폭행을 당하며 성장했다. 어머니에게도 부당하게 대하는 아버지를 보며 남매의 분노는 커졌다. 부친은 교통사고로 크게 다친 어머니에게 지급된 보험금을 자신 계좌에 차명으로 관리했다. 보험금은 어머니 치료비로 쓰는 것이 마땅했지만, 아버지는 가족 병환에도 딴 주머니를 찼다. 장기간 투병생활을 해온 어머니가 사망하자,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원망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기초생활수급자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아들에게 위장전입을 강요하는 아버지를 보며 남매는 “돈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아버지 때문에 우리와 어머니가 고통을 겪게 됐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지난해 3월 아버지 명의 아파트를 이전해달라는 남매의 요구가 거절되자, 이들은 누적된 분노를 참지 못하고 결국 범행을 공모했다.
이들은 지난해 5월 6,7일 순간접착제와 청테이프 등을 구입해 비상계단을 통해 아버지 집에 숨어들었지만 아버지가 귀가하지 않아 1,2차 범행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하루 뒤인 8일에도 같은 방식으로 잠복해있던 남매는 아버지가 귀가하자 망치로 부친의 머리 등을 때리고 공구로 몸을 찔러 잔혹하게 살해했다. 아들 문씨는 “아버지가 누나를 어려서부터 성폭행하고 어머니 보험금을 빼돌렸다”며 “부친으로부터 폭행을 피하다 생긴 정당방위”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ㆍ2심은 “성장 과정에서부터 장기간 아버지로부터의 폭력에 노출됐다는 사실은 인정할 수 있다”면서도 “계획적으로 아버지를 살해했음에도 범행을 반성하지 않고 아버지에게만 원인을 돌리고 있다”며 남매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며 그대로 확정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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