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한번 살벌하다.
KBS2 월화드라마 '학교 2017'는 현재까지 3회 동안 라은호(김세정 분)가 의문의 'X'를 찾게 되는 과정을 그려오고 있다. 그 과정에는 라은호가 누명을 쓰게 되는 지점, 학교에서 자퇴를 운운하며 라은호에게 시련을 주는 지점, 그리고 라은호가 한국대 입시를 향한 열망과 억울함으로 X를 찾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서는 지점이 있다.
그런 서사에 개연성을 주기 위해서였을까. 물론 라은호가 필사적으로 'X'를 찾게 하려면 그런 위기와 설움이 주어지긴 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려진 교사진과 학교의 제도는 너무 비인간적이다. 요즘 학교에 이런저런 가혹한 면이 있다곤 하지만 '학교 2017' 속 배경 묘사는 현실성이 떨어져 보인다는 게 문제다. 혹시나 싶어 그 나이 또래 학생들에게 물어봐도 '황당하다'는 답이 돌아올 정도다.
학교의 부당함, 잔인함을 보여주긴 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선생들을 완전한 악인으로 포지셔닝할 수도 없는 아이러니가 보인다. 어느 정도 인간미는 부여했고, 익살스러운 면도 있다. 그런 교사진과 학생들이 부딪쳐서 어마어마한 폭력적 군상을 만들어낸다는 게 '왜?' '어디서?'라는 의문을 품게 한다.
교사가 라은호에게 너무도 쉽게 퇴학 얘기를 꺼내는 장면, 교무실을 찾아온 라은호의 어머니가 무릎까지 꿇을 뻔한 상황은 이게 '학교 2017'인지 '학교 1997'인지 헷갈릴 정도의 신파였다. 그래 놓고 상벌점 신고제가 시행되면 학생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휴대전화로 서로를 찍어 신고하는데, 앞서 라은호의 일 등을 생각하면 앞뒤가 안 맞다. 이런 일이 꽤 된다.
'학교 2017'이 말하려고 하는, 개인주의적이고 입시에 시달리는 2017년의 학교가 어떤 것인지 대충은 알겠다만 그 배경끼리 자주 어긋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가끔 이 학교는 2027년에서 온 것처럼 진보적이다가 또 다시 보면 '학교 2017'이 아닌 '학교 1997' 같다. 이만큼 살벌한 학교가 현실에 발판을 두고 있지 않다면 적어도 극 중 배경끼리는 충돌이 없어야 하지 않을까. 점점 재밌어지는 '학교 2017'을 볼수록 남는 아쉬움이다.
강희정 기자 hjk07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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