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최저ㆍ선거 연패 ‘벼랑 끝’
사학비리 의혹 부인하며 고개 숙여
지지율(최저 26%)이 정권유지 위험수위로 추락하고 자민당 측은 도쿄도의회 선거 대참패 이후 센다이(仙台) 시장 선거(23일)에서마저 무릎을 꿇으면서 벼랑 끝 위기에 놓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4일 문제의 ‘사학재단 스캔들’과 관련해 자세를 한껏 낮췄다.
아베 총리는 이날 야권이 여론의 힘을 빌려 성사시킨 중의원 예산위원회 심의에 출석해 수의학부 신설 스캔들과 관련 “정치가가 되기 전부터 (가케학원 이사장과) 친구였지만, 내 지위나 입장을 이용해 무언가를 얻어내려고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라며 의혹을 전적으로 부인했다. 하지만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ㆍ오얏나무 아래에선 갓을 고쳐 쓰지 말라)이란 말이 있다. 친구와 관련된 일이라 의혹이 (내게) 쏠리는 게 당연한데도 지금까지 답변이 부족했다”라며 “항상 정중하게 설명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가 관련된 모리토모(森友)학원 스캔들을 포함해 ‘일방적 의혹’이라고 일축하던 것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아베 총리는 그간 야당의 질문에 조소를 보내는 등 오만한 태도로 비난 받아왔다. 그러나 이날 표정에선 과거와 같은 자신감이나 힘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지지율 하락 원인에 대해 “내 답변 자세에 대한 비판도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도쿄도의회 선거때 아키하바라(秋葉原)역 유세에서 야유를 하던 청중에게 “이런 사람들에게 질 수는 없다”고 했던 발언도 사과했다. “나를 비난하는 사람을 배제하거나 눈을 돌리지 않겠다는 게 아니다”며 “그렇게 받아 들여졌다면 부덕의 소치”라고 말했다.
그러나 수의학부 신설에 “압력을 행사하거나, (행사하도록)의뢰한 적이 전혀 없었다”고 종전 입장을 재확인했다. 야당 의석에선 “그만두라” “믿을 수 없다”등 야유가 쏟아졌고, 다마키 유이치로(玉木雄一郞) 민진당 간사장 대리는 “기록도, 기억도 없다고 모두가 반복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야권은 대국민 해명은커녕 의문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반발하고 있어 NHK로 생중계된 이날 국회 공방에 여론이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된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진 내각이 기세를 되찾긴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보수지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조사에서도 지지율은 한 달 전에 비해 10%포인트나 떨어진 39%로 집계됐다.
일본 언론들은 “아베 총리의 2차 집권 이후 여러 위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과거와 달리 총리 본인에 대한 신뢰 하락이 원인이라는 점에서 훨씬 심각하다”고 평가했다. 닛케이 조사결과 아베 총리를 지지하지 않는 이유로 가장 많은 44%가 “총리의 인품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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