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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선 홍수 해결 위해 ‘재선 포기’도 하는데…

입력
2017.07.24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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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철(왼쪽) 박한범 도의원이 지난 23일 0시 5분쯤 충북도청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민께 사죄 드린다”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한덕동 기자.
김학철(왼쪽) 박한범 도의원이 지난 23일 0시 5분쯤 충북도청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민께 사죄 드린다”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한덕동 기자.

결국 고개를 숙였습니다. 충북 청주에 발생한 최악의 물난리에도 해외연수를 떠났던 자유한국당 김학철(충주1) 박한범(옥천1) 도의원은 23일 자정쯤 충북도청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 특히 “집단 행동하는 설치류 같다”며 국민을 비하하는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김 의원은 “본의 아닌 표현으로 상처를 드린 점 깊이 반성하고 사죄 드린다”고 덧붙였습니다. (관련기사보기)

사과를 받았지만 여전히 아쉬움은 남습니다. 재난 발생시 선출직공무원으로서 책임을 다하라는 국민들의 요구가 과연 무리한 것이었을까요? ‘기본’을 지키는 정치인들을 보는 게 욕심일까요? 재난 현장에 먼저 발벗고 나선 해외 정치인들을 떠올리면 이런 마음은 더해 갑니다.

산불 진화하다 비 맞은 ‘행복한 시장님’

지난 21일(현지시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윌리엄스레이크시에 비가 오자 월트 콥 시장이 비를 맞으며 엄지를 들어올리고 환호하고 있다. 트위터 캡쳐.
지난 21일(현지시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윌리엄스레이크시에 비가 오자 월트 콥 시장이 비를 맞으며 엄지를 들어올리고 환호하고 있다. 트위터 캡쳐.

지난 21일(현지시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윌리엄스레이크시가 운영하는 사회관계형서비스(SNS) 계정에는 월트 콥 시장의 사진 한 장이 올라왔습니다. 사진 속 콥 시장은 비를 맞으며 두 손 엄지를 세우고 기뻐하고 있었는데요. 사진 설명에는 ‘지금 날씨’라는 말과 함께 ‘행복한 시장님’ 이라는 해시태그(#)가 달려있었습니다.

콥 시장이 행복한 표정으로 사진을 찍은 건 윌리엄스레이크시가 지난 6일부터 발생한 대형 산불에 시달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규모 산불로 인해 브리티시컬럼비아 주 정부는 이례적으로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콥 시장 역시 화재현장 근처에 사는 시민 1만 여명을 대피시켰습니다.

시민들이 대피한 이후에도 콥 시장은 현장에 남아 진화를 도왔습니다. 1,500명의 소방관이 투입됐지만 하늘의 도움 없이 대형 산불을 막기는 힘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2주 만에 단비가 내린 것입니다. 콥 시장은 비가 온다는 소식을 알리기 위해 직접 사진을 찍었고, “이제 몇 주만 더 지나면 시민들이 집으로 돌아올 수 있겠다”며 기뻐했다고 합니다.

기후변화 해결 위해 재선 포기한 시장

호보컨시 홈페이지.
호보컨시 홈페이지.

미국 뉴저지주의 작은 시 호보컨은 지난 2012년 10월 발생한 대형 허리케인 ‘샌디’의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바다에 인접한 호보컨시는 허리케인에 물난리까지 겹쳐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당시 이 작은 시에서 발생한 피해는 무려 10억달러(한화 약 1조원)가 넘었다고 합니다.

재해가 발생하자 다운 짐머(사진) 시장은 모든 일을 제치고 나섰습니다. 피해를 입은 가정과 가게들을 방문해 복구를 도운 것은 기본이었습니다. 짐머 시장은 허리케인으로 망가진 도로와 시설물들을 일일이 확인해 수리방법을 찾고, 지하철 침수로 이동수단이 사라진 시민들을 위해 관용차들을 임시 대중교통으로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뉴저지주 주지사가 수해복구 지원금 지급을 미루자 그를 법적으로 고소하기도 했습니다.

이후에도 짐머 시장은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샌디의 규모가 커진 건 지구온난화 때문이기에, 이에 대비하지 않으면 시는 또다시 홍수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판단이었습니다. 빗물을 빠르게 배수할 수 있는 특수 정원과 구멍이 뚫린 도로 등을 도입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짐머 시장은 더 나아가 올해 11월에 있을 재선을 포기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재선을 준비할 시간에 시를 위한 대책 하나라도 더 만들고 가겠다”는 이유입니다. 짐머 시장은 임기가 끝난 이후에도 시에 남아 환경운동을 할 생각이라고 합니다.

테러 현장에 가장 먼저 뛰어든 국회의원

지난 3월2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국회의사당 앞에서 차량 및 흉기를 이용한 테러가 발생한 가운데 토비아스 엘우드 외무차관이 부상한 채 쓰러진 경찰관의 지혈을 도우며 심폐 소생술을 시도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 3월2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국회의사당 앞에서 차량 및 흉기를 이용한 테러가 발생한 가운데 토비아스 엘우드 외무차관이 부상한 채 쓰러진 경찰관의 지혈을 도우며 심폐 소생술을 시도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 3월2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발생한 테러 현장 한 가운데에는 영국 보수당 하원이원인 토비아스 엘우드 외무차관이 있었습니다. 엘우드 의원은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테러범의 공격을 받은 경찰관 케이스 팔머에게 가장 먼저 달려가 지혈을 돕고 심폐소생술을 하는 등 사력을 다해 응급조치를 했습니다. 테러 발생 직후라 여전히 위험이 남아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현장에 남은 것입니다.

사실 엘우드 의원 본인도 테러 피해자입니다. 지난 2002년 500여명의 사상자를 낳은 인도네시아 발리 나이트클럽 테러로 동생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교사였던 그의 동생은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발리에 갔다가 숨졌고 엘우드 의원은 당시 현지에서 직접 동생의 시신을 수습해온 아픈 경험이 있습니다. 테러 희생자 및 유가족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는 영국 경보병대인 로열그린재킷 소속으로 군에 복무한 경험을 살려 긴급 대처에 나섰던 것입니다.

엘우드 의원의 행동에 영국 국회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찬사를 보냈습니다. 영국 국민들 사이에서도 그는 ‘영웅’이 됐습니다. (관련기사보기)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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