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새로 개편한 백악관 공보팀이 출발부터 삐걱댔다. ‘러시아 스캔들’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주류 언론에 일사불란하고 공격적으로 대응키 위해 공보국장을 새로 임명하고 부대변인을 대변인으로 승진시켰지만, 두 인물이 갈등관계를 노출하고 현안에 대해 상반된 설명을 내놓았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임명된 앤서니 스카라무치 공보국장과 새라 허커비 샌더스 대변인은 23일 일에 대한 강한 의욕을 드러내며 미국 주요 방송사들의 뉴스ㆍ대담 프로그램에 겹치기 출연했다. 스카라무치 국장은 CNN, 폭스뉴스, CBS 등에 모습을 드러냈고, 샌더스 대변인은 ABC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을 변호했다.
문제는 대통령의 현안 인식에 대한 설명에서 엇박자를 보였다는 점. 워싱턴 정가의 핵심 이슈로 떠오른 의회의 ‘대 러시아 제재법안’ 처리와 관련, 샌더스 대변인은 ABC ‘디스 위크’를 통해 “(당조 부정적이던) 트럼프 대통령이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러시아를 강하게 압박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스카라무치 국장은 비슷한 시간에 방영된 CNN의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에서 “내가 아는 한 대통령이 (대러 제재법안에 대해) 입장을 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의 상충된 설명으로 혼선이 불거지자, 백악관은 이날 오후 늦게 고위 관계자 해명 형식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이 법안의 처리를 지지할 것”이라고 서둘려 진화했다.
스카라무치 국장은 여성인 샌더스 대변인 외모를 비하하는 분위기의 발언으로도 구설에 올랐다. CNN과의 인터뷰에서 “샌더스 대변인은 따뜻한 사람이며, 훌륭하게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칭찬한 뒤, 돌연 “우리는 매일 자신을 더 낫게 가꿔야 한다. 새라에게 부탁할 게 있는데, 지난 21일 우리를 맡았던 헤어와 메이크업 담당자가 좋았으니 계속 그와 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발언이 방송에 나가자마자 고위 공무원직 여성의 외모에 대한 평가를 암시한 것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였다. 주요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평소 여성 외모에 대한 부적절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는 점, 스카라무치 국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자문역 출신이라는 점 등을 들어 ‘유유상종’이라고 비판했다. 트위터에도 ‘새라 대변인에 대한 모욕’, ‘이 정부는 내가 여태껏 들어본 것 중 가장 큰 여성 혐오자 집단’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논란이 확산하자 스카라무치 국장은 해당 발언은 샌더스 대변인이 아니라 자신의 외모에 대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샌더스 대변인도 “메이크업 담당자를 칭찬한 것일 뿐이며 지나치게 의미 부여할 것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그러나 “트럼프의 새로운 공보팀이 출발부터 난맥상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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