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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퍼니인사이드] ‘크림빵 신화’ SPC그룹, 이젠 서양 식탁 노린다

입력
2017.07.24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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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작은 빵집 ‘상미당’서 시작

겨울철 국민간식 ‘호빵’도 히트

파리바게뜨ㆍ배스킨라빈스 등

지난해 그룹 매출 5조원 돌파

미ㆍ중에 프랑스까지… 해외매장 270여개

세계 최고 베이커리 기업 추구

SPC그룹은 해외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은 파리바게뜨의 미국 뉴욕 맨해튼 40번가점. SPC 제공
SPC그룹은 해외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은 파리바게뜨의 미국 뉴욕 맨해튼 40번가점. SPC 제공

2013년 10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가수 이미자의 파독(派獨) 근로자 50주년 기념공연이 열렸을 때다. 고국에서 온 원로 가수의 노래에 심취했던 교민들은 뜻밖의 빵 선물에 감격했다. 그들의 손에 건네진 건 ‘삼립 크림빵’. 50년 전 광부나 간호사로 독일에 왔던 그들에게 고국의 추억을 떠올리게 했던 그 빵이다. 1964년 처음 나온 크림빵은 설탕이 귀했던 시절 달콤한 크림이 들어있어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비닐 포장 안에 든 빵으로는 국내 최초라는 기록도 갖고 있다. 현재까지 누적 판매량 18억 개를 기록했다.

추억의 크림빵을 만든 삼립식품이 현 SPC그룹의 모태다. 1945년 설립된 해방둥이로 국내 제빵업의 역사와 함께 성장해왔다. SPC그룹은 빵을 대중화시키며 가내수공업 수준에 머물렀던 제빵업을 국내 처음으로 산업화시킨 주역이다.

추억의 삼립 크림빵. 국내에선 처음으로 비닐 포장돼 팔렸던 빵이다. SPC 제공
추억의 삼립 크림빵. 국내에선 처음으로 비닐 포장돼 팔렸던 빵이다. SPC 제공

창업자인 고 허창성 명예회장이 1945년 황해도 옹진에 문을 연 ‘상미당’이라는 작은 빵집에서 시작됐다. 빵과 과자, 사탕 등을 만들어 팔며 인기를 끌자 더 큰 시장을 찾아 1948년 서울로 옮겨 현 방산시장 부근에 자리를 잡았다. 1959년 서울 용산에 ‘삼립제과공사(현 SPC삼립)’를 설립하면서 사세가 확장됐다. 주로 유통기간이 긴 비스킷을 생산해 전국으로 판매해오다 1963년에는 신대방동 공장을 준공하며 빵 생산에도 본격 나섰다. 국내 최초로 식사대용인 식빵의 대량생산을 이뤄내기도 했다.

크림빵에 이은 SPC의 또 하나의 히트작은 1970년 출시된 겨울철 국민 간식의 대명사 ‘호빵’이다. 판매처에서 직접 쪄서 팔 수 있도록 찜통을 공급해 큰 인기를 끌었다. ‘호호 불어서 먹는 빵’이라는 의미의 호빵은 40여 년 동안 인기를 얻으며 어느덧 제품명을 넘어 일반 명사가 됐으며, 대표적인 장수제품으로 자리잡았다.

삼립식품의 또 하나의 히트작인 호빵. SPC 제공
삼립식품의 또 하나의 히트작인 호빵. SPC 제공
삼립식품 전신인 상미당. SPC 제공
삼립식품 전신인 상미당. SPC 제공

당초 삼립식품의 경영권은 장남인 허영선 전 삼립식품 회장에게 넘겨졌다. 현 허영인 SPC그룹 회장에겐 삼립식품 자회사인 샤니가 주어졌다. 당시 샤니는 삼립식품 매출의 10분의 1도 안 되는 규모였다. 장남이 맡았던 삼립식품은 리조트 사업 등 무리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다 1997년 부도로 법정 관리에 들어섰다. 반면 샤니를 물려받은 허영인 회장은 빵에만 집중하며 사세를 키워 나갔다. 1980년대 중반 파리바게뜨를 시작하고 비알코리아(배스킨라빈스ㆍ던킨도너츠ㆍ파리크라상)을 설립한 허 회장은 결국 2002년 삼립식품을 인수하며 가업을 이끌게 됐다. 허 회장은 2004년 모회사 삼립식품과 샤니, 파리크라상, 비알코리아 등의 계열사를 하나로 묶어 오늘날의 SPC그룹을 출범시켰다. 지난해 SPC그룹 매출액은 5조원을 돌파했다.

허 회장이 1981년 33세의 나이에 미국에 건너가 1년 6개월 동안 미국제빵학교(AIB)를 다닌 일화는 유명하다. 그의 빵에 대한 열정은 2010년 방영된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2015년 SPC그룹 창립 70주년 기념사에서 허 회장은 세계 최고의 베이커리 기업을 꿈꾸며 2030년까지 매출 20조원을 달성하고 전 세계 1만2,000개 매장을 보유한 ‘그레이트 푸드 컴퍼니’로 발전시키겠다고 천명했다.

SPC는 해외시장에서 미래를 찾고 있다. 2004년부터 중국과 미국, 베트남, 싱가포르, 프랑스에 차례로 진출해 현재 270여개의 파리바게뜨 해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세계 경제의 중심인 미국과 중국에서 속도를 높이고 있다.

중국에서는 상하이와 베이징을 중심으로 매장을 꾸준히 확장해 지난 2012년 100호점을 돌파했다. 미국은 2005년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에 1호점을 연 뒤 캘리포니아와 뉴욕을 중심으로 현재 5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 직영점이 아닌 가맹점을 처음 문 열기도 했다.

2014년 7월에는 빵의 본고장인 프랑스 파리에 진출해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2015년 7월에는 파리에 2호점도 선보였다.

SPC가 빵의 본고장인 프랑스 파리에 진출해 개설한 파리바게뜨 1호점. SPC 제공
SPC가 빵의 본고장인 프랑스 파리에 진출해 개설한 파리바게뜨 1호점. SPC 제공

하지만 아직 SPC의 해외사업은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직영점 위주로 운영되다 보니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들어 수익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SPC측은 “지금까지는 노하우를 쌓는 투자 단계로 해외에서도 가맹 사업이 본격 진행되면 수익성도 한층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김상조 위원장의 공정거래위원회가 프랜차이즈 기업에 칼끝을 날카롭게 세운 가운데 국내 최대 제빵 프랜차이즈를 운영하고 있는 SPC그룹도 잔뜩 긴장하고 있다.

최근 파리바게뜨는 가맹점 제빵기사 연장근로수당 ‘임금 꺾기’와 협력업체를 통한 불법파견 의혹으로 고용노동부의 내사를 받고 있다.

SPC 관계자는 “가맹점이 직접 제조기사를 고용하는 게 원칙이지만 지역에서 숙련기술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 가맹점주들이 원하면 지역의 인력 공급업체를 소개시켜 주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노동부 조사로 의혹이 명확히 풀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SPC그룹은 현재 오너 3세들의 경영수업이 한창이다. 허영인 회장의 장남 허진수 부사장과 차남 허희수 부사장이 2000년대 중반부터 회사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지분 승계 작업도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다. 허진수 부사장(20.2%)과 허희수 부사장(12.7%)은 파리크라상 지분 32.9%를 보유 중이다. 허영인 회장(63.5%)과 부인 이미향씨(3.6%)의 지분을 포함하면 파리크라상의 오너가 지분율은 100%에 달한다.

경영권 승계 구도와 관련해 SPC 관계자는 “허영인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상황이라 아직 승계를 논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성원 선임기자 sung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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