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 지역 5000원ㆍ3시간 내
‘단일가+빠른 배송’ 파격 서비스
하루 배송량 2000건 초기의 50배
물량은 핵심 거점으로 모은 뒤
권역거점센터로 이동시키는
‘허브앤스포크’ 방식 효과 톡톡
“왜 우린 비싼 돈 들여 퀵서비스를 이용하고 알뜰한 택배는 이틀이나 기다려야 하죠?”
대부분의 성공적인 창업 스토리가 남들은 당연하게 여기는 현상에 ‘왜?’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시작되듯, 김창수(47) 원더스 대표의 창업은 이 질문으로 시작됐다. 원더스는 빠른 시간 안에 물건을 전달 받는 대신 서울 지역 안에서도 1만원이 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퀵서비스와 저렴하긴 하지만 최소 1박2일이 소요되는 택배 사이의 공백을 절묘하게 메우는 서비스다. 택배의 강점인 저렴한 ‘단일가’와 퀵서비스의 강점인 ‘빠른 배송’을 가져와 ‘서울 전 지역 거리 상관없이 5,000원, 3시간 내 배송’이란 파격 서비스로 이륜차 배송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 용산구 원효로에 자리잡은 원더스 용산센터에서 만난 김 대표는 1톤 탑차 10대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을 가리키며 “이 곳이 원더스 물류서비스의 핵심 거점인 중앙물류센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원더스의 5,000원 단일가 당일 배송이 가능한 이유는 ‘허브앤스포크’ 방식을 서울 지역에 특화했기 때문이다. 허브앤스포크는 각 지역에서 발생하는 배송 물량을 중심이 되는 거점(허브)으로 모두 모은 뒤 목적지 별로 분류해 도착 지점(스포크)으로 이동시키는 시스템이다. 항공 특급 배송 업체 페덱스가 글로벌 서비스에 처음 도입했고, 택배 업체들이 전국 서비스를 위해 사용하고 있다.
원더스는 강남 을지로 마포 구로 성수 등 서울 5개 권역거점센터(스포크)를 구축하고 용산에 중앙물류센터(허브)를 마련했다. 권역별 물량들이 모두 용산에 모였다가 다시 배송지역에 해당하는 권역거점센터로 출발한다. 기존 퀵서비스는 배송 기사가 물량 수거부터 배송까지 혼자 전 과정을 모두 수행해야 하지만, 원더스 시스템은 소비자로부터 허브까지 이르는 수거 과정과 허브에서 스포크를 거쳐 소비자로 이어지는 배달 과정이 나눠져 있어 효율성이 높다.
김 대표는 “퀵서비스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사전 조사를 실시했을 때 ‘오늘 안에만 도착해도 된다’는 답변이 30%에 달했다”며 “퀵서비스만큼 빠른 배송이 아니어도 저렴한 단일가 서비스를 원하는 틈새시장이 분명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예상대로 사업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서비스 초기 40건에 그쳤던 원더스의 하루 평균 배송량은 최근 2,000건으로 50배나 늘었다. 올해 1~6월 누적 배송 건수만 이미 10만건을 돌파했다.
현재 원더스는 퀵서비스로 부각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전자상거래 영역으로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선다. 온라인 쇼핑몰 시장이 팽창할 수 있었던 것은 허브앤스포크 방식을 기반으로 전국 2,500원 단일가로 제공되는 택배 서비스가 동반됐기 때문이라는 점에 착안했다. 택배업체들은 전국 물량을 소화해야 해 허브 역할을 하는 물류센터가 주로 대전 지역에 자리잡고 있다.
김 대표는 “온라인 쇼핑몰 상품은 택배 업체를 통해 허브까지 가는 데 하루 걸리고 다시 택배 기사가 집까지 갖다 주는 데 하루가 걸려 고객은 이틀을 기다리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여성 패션 온라인 쇼핑몰의 경우 판매 업체의 70%가 서울에 있고 배송 받는 고객의 50%도 서울에 있다”며 “전체 물량의 50%는 굳이 먼 거리에 있는 허브에 들를 필요가 없기 때문에 여기에 해당하는 물량은 원더스가 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원더스는 서울 지역 전용 당일배송 서비스를 정립하기 위해 전자상거래 플랫폼 ‘카페24’를 비롯, 주요 오픈마켓 업체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원더스는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최신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서비스 고도화에도 적극적이다. 대표적인 게 아마존의 원클릭 배송주문 ‘아마존대시 버튼’과 같은 IoT 시스템 개발이다. 회사 책상 등에 붙여 둔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미리 저장된 회사 주소로 퀵 기사가 찾아오도록 해 기업간거래(B2B) 시장을 개척할 계획이다. 배송 기사들의 위치정보를 분석하는 인공지능(AI) 기술로 최적의 배송 경로를 추출하는 시스템도 탑재할 예정이다. 원더스는 80명에 달하는 배송 기사를 전속 직원으로 고용하고 종합건강검진도 제공하는 등 직원 복지에도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 김 대표는 “서비스 시작 때 기사 직원 월급으로 270만원을 지급했는데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야 하는 열악한 환경 때문에 가불해 가는 배송 기사들이 적지 않았다”며 “근무 환경을 끌어올려 저하됐던 배송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더스의 최종 목표는 ‘당일배송몰’로 거듭나는 것이다. 김 대표는 “아마존은 커머스(전자상거래) 회사인데 로지스틱스(물류)를 더한 모델”이라며 “아직까지 로지스틱스를 기반으로 커머스에 나선 사례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의 시스템을 확대한 뒤 배송에 특화된 상품에 집중하는 온라인 몰을 탄생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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