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보안을 구현할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작고, 가장 싼 칩입니다.”
곽승환 SK텔레콤 융합기술원 랩장은 지난 21일 경기 성남시 SK텔레콤 분당사옥에서 손톱만 한 칩을 소개하며 이같이 설명했다. 가로 세로 5㎜ 크기의 이 칩은 ‘양자암호통신’의 대중화를 앞당길 세계 최소형 ‘양자난수생성 칩’이다.
양자는 더 이상 쪼개지지 않는 물질의 최소 단위로 예측과 복제가 불가능하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 특성을 활용한 암호화 기술이 양자암호통신인데, 양자를 닮아 일정한 규칙이 없는 ‘순수 난수’가 끊임없이 생성되며 정보를 보호하고 있어 도청이나 감청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현재 통신 보안에 쓰이는 난수는 순수 난수가 아닌 ‘유사 난수’로 무작위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일정한 규칙을 가지고 있는 숫자들이다. 패턴을 읽어내는 연산 능력이 뛰어난 슈퍼컴퓨터가 등장하면서 갈수록 해킹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
SK텔레콤의 양자난수생성 칩은 순수 난수를 끊임없이 생성하는 칩이다. 패턴이 없기 때문에 슈퍼컴퓨터도 암호를 풀 수 없다. 기존에도 상용화된 양자난수생성기가 있지만 대부분 신용카드보다 큰 크기에 가격대가 수백~수천 달러에 달해 대량으로 쓰이지 못했다. SK텔레콤의 칩은 아직 시제품 단계이지만 가격이 수 달러대로 낮게 측정될 예정이다.
보안이 핵심인 사물인터넷(IoT) 시대를 맞아 양자암호통신 시장은 대폭 확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지난해 8월 양자통신위성을 궤도에 올려 정보 송수신 실험에 성공했고, IBM과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10년 내 양자통신 기반 슈퍼컴퓨터를 내놓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박진효 SK텔레콤 네트워크기술원장은 “내년부터는 이 칩을 드론, 자율주행차 등 실제 IoT 기기와 결합, 세계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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