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예루살렘 성지 출입구 금속탐지기 설치로 촉발된 이스라엘ㆍ팔레스타인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유혈충돌과 보복살인으로 최소 7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다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예루살렘포스트,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날까지 이틀 동안 예루살렘 올드시티 템플마운트(아랍명 하람 알 샤리프) 주변을 포함, 동예루살렘 곳곳에서 이스라엘 병력과 팔레스타인 시위대가 충돌해 10대 팔레스타인 청년 등 총 4명이 숨지고 최소 40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21일 저녁에는 이스라엘인 3명이 보복 살해를 당하기도 했다. 팔레스타인인의 사망 소식에 분노한 팔레스타인 남성 오마르 알 아베드(19)가 라말라 북쪽 지역에 있는 이스라엘 정착촌으로 가 이스라엘인 일가족 3명을 살해했다. 이스라엘 군 관계자는 “라말라 인근에 사는 팔레스타인 남성이 이스라엘 가정에 침입, 4명을 칼로 찔러 70세 남성과 자녀 2명 등 총 3명을 죽이고, 부인 1명을 다치게 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갈등은 지난 14일 예루살렘 템플마운트 내 알 아크사 사원에서 이스라엘 경찰 2명이 무장 괴한이 쏜 총에 맞아 사망, 이스라엘 정부가 템플마운트 출입 통제를 강화하면서 불거졌다. 이스라엘 정부는 보안 강화를 이유로 이틀간 템플마운트로 갈 수 있는 모든 출입구를 차단했고, 16일 다시 문을 개방했지만 출입구에 금속탐지기를 설치하고 50세 미만의 팔레스타인 남성들의 출입을 막으면서 팔레스타인인들을 자극했다. 이에 팔레스타인인들은 무슬림의 합동 예배일인 21일 대규모 시위를 벌이는 등 반발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자신들이 살던 곳을 점령한 이스라엘이 성지마저 통제하려고 한다며 강한 반발심을 드러냈다. 다이애나 부투 팔레스타인 변호사는 “금속탐지기는 안보라는 이름 하에 훔친 땅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을 몰아내기 위한 구실에 불과하다”며 이스라엘을 비판했고, 시위에 참가한 한 팔레스타인 청년은 “단지 사원에 기도하러 가길 원할 뿐인데 발로 차이는 등 폭행을 당했다”며 계속해서 시위에 참가할 뜻을 비쳤다.
템플마운트가 있는 동예루살렘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정착해 오랜 기간 살아왔지만 1967년 3차 중동전쟁 이후 이스라엘이 강제 점령하면서 분쟁지역이 됐다. 이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이슬람과 유대교도들의 공동 성지인 템플마운트의 주권을 놓고 끊임없이 충돌해왔다.
상황이 악화되자 이스라엘 측은 금속탐지기를 치울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이다. 요아브 모레데카이 이스라엘 육군 소장은 “금속탐지기를 대체할 만한 대안을 고려 중”이라며 “우리는 정치적, 종교적 해결책이 아닌 안보 해결책이 필요하며, 요르단과 다른 아랍국가들이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안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사태가 심각하다고 판단, 24일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회의를 비공개로 개최하기로 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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