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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24시] 일본 걸그룹 “팬들과 악수하기 무섭다”

입력
2017.07.2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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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성팬 흉기 들고 잠입… 테러에 취약

팬과 근접 소통 악수회 이벤트 딜레마

일본의 인기 걸그룹 '노기자카46'이 악수회 행사때 금속탐지기로 몸을 수색하는 장면을 재현해 보이고있다. 노기자카46 공식 웹사이트 캡처
일본의 인기 걸그룹 '노기자카46'이 악수회 행사때 금속탐지기로 몸을 수색하는 장면을 재현해 보이고있다. 노기자카46 공식 웹사이트 캡처

지난주 일본에선 인기 걸그룹 ‘AKB48’의 촬영회에 입장하기 위해 고교 학생증을 위조한 40대 남성 회사원이 체포됐다. 이 남성은 집에서 컴퓨터와 스캐너를 이용해 가짜 학생증을 만들었다. 도쿄 경시청은 공문서위조 혐의로 신병을 확보한 뒤 그가 팬 촬영회에 신분을 속여 입장하려 한 경위를 캐묻고 있다.

일본에선 이처럼 걸그룹 행사에 사활을 걸고 참여하는 아저씨 팬들이 적지 않다. 남성팬들이 팬클럽의 주류를 형성하며 각종 행사에서 걸그룹의 세를 과시하는 수단으로 기능하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극성팬의 스토커 행각이 끊이지 않아 정작 걸그룹엔 공포로 다가오는 실정이다.

지난달 24일 오후 7시 도쿄 인근 지바(千葉)시 마쿠하리멧세에서 열린 ‘케야키자카46’의 악수회에선 참사가 벌어질 뻔했다. 악수회는 팬들이 길게 늘어서 좋아하는 걸그룹 멤버와 직접 악수하는 이벤트로 CD를 사면 티켓을 얻게 된다. 그런데 현장에서 24세 남성이 무대장치 발연통에 불을 붙여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뻔한 것이다. 남성의 가방에선 13㎝ 길이의 과도가 발견됐다. 멀리 홋카이도(北海道) 삿포로(札幌)시에서 온 이 남성은 걸그룹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멤버의 이름을 들며 “연기가 난 사이 찔러 죽이려고 했다”고 말해 충격을 줬다. 이벤트 주최측은 금속탐지기로 입장객의 몸을 수색하고 가방을 열어봤지만 칼을 찾지 못하는 허점을 드러냈다. 남성은 걸그룹과 악수하는 부스 3~4m 앞에서 불을 붙여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를 두고 팬들은 “금속탐지기 검사는 상반신만 했고, 가방도 겉만 훑어보는 정도였다”라며 “신발이나 가방 깊은 곳에 숨기면 얼마든지 흉기를 갖고 들어갈 수 있다”고 증언했다. 특히 책상만 사이에 두고 팬과 악수하는 현재의 이벤트는 테러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악수회 이벤트는 10년 전부터 ‘만날 수 있는 아이돌’을 표방한 AKB48이 원조다. 일본에선 AKB48의 독특한 마케팅 전략이 사회 현상으로 불릴 만큼 영향을 끼쳤다. 대중 스타가 과거엔 TV에서나 볼 수 있는 먼 존재였지만 AKB48을 계기로 팬들과 가까이서 소통하는 전략이 유행처럼 번진 것이다.

그러나 사고가 잇따르면서 마케팅 전략에 대한 걸그룹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상황이다. 경비를 지나치게 강화하거나 팬 교류 이벤트를 중단하면 걸그룹의 활동 범위가 좁아진다며 딜레마에 빠져 있다. 일부 전문가는 대형 이벤트를 전면 중단하고 라이브하우스 같은 작은 장소로만 행사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팬들 사이에선 “극소수 범죄자 때문에 팬들의 권리가 축소될 분위기다”라며 남성팬들 위주로 자체 경비대를 만들겠다는 의견도 분출하고 있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일본에서 벌어진 아이돌 관련 사건 [한국일보 그래픽]
일본에서 벌어진 아이돌 관련 사건 [한국일보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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