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밍 발언 사과 진정성 논란
최악의 물난리 속에 해외연수를 떠났다가 비판이 일자 국민을 쥐에 비유하는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김학철(충주1ㆍ자유한국당) 충북도의원이 귀국해 한밤 기자회견을 열고 “부적절한 처사와 언행으로 국민께 깊은 상처를 드렸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입장 해명에 방점을 찍은 김 의원의 기자회견을 놓고 “변명으로 일관한 진정성 부족한 사죄”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김 의원은 23일 자정쯤 충북도청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일하고 짧은 생각으로 도민들이 주신 도의원의 책무를 망각했다”며 “본의 아닌 표현으로 상처를 드린 점 깊이 반성하고 사죄 드린다”고 머리를 조아렸다. 또 도의원 징계와 관련해서는 “상임위원장인 저의 어리숙한 판단으로 동료 의원들이 희생을 당했다”며 “제가 모든 비난을 받겠으니 다른 의원들에 대한 비난은 접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의원이 입장 해명에 긴 시간을 할애하자 기자회견장에 나온 주민들이 격분해 고성을 지르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한 시민은 진흙이 묻은 장화를 김 의원을 향해 흔들기도 했다.
김 의원은 “저의 지역구인 충주의 피해 상황이 크지 않아 잘못된 선택을 했다”며 “청주까지 둘러볼 여력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외유성 해외연수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외유라고 매도되는 것은 매우 서운하다”고 반박했다.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레밍’ 발언에 대해서는 “(기자로부터) 인터뷰라고 고지 받지 못한 채 짧은 시간에 사회적 현상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의미 전달이 잘못된 것 같다”며 “국민을 빗대 표현할 의도는 없었다”고 언론에 책임을 돌렸다.
그가 “특별재난구역 지정을 돕고 원 포인트 의회를 열어 피해 지역의 빠른 복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충북도의회는 이미 17일 청주시를 비롯한 6개 시군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한 상태다.
한편 ‘외유’ 도의원 4명 중 김 의원을 제외한 3명은 이날 침수현장에서 복구활동을 벌이면서 성난 민심에 사죄했다. 전날 인천공항에서 “사진을 찍기 위한 봉사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던 김의원은 이날 수해복구현장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청주=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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