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복희의 미니스커트’보다 충격적인 누드 퍼포먼스를 선보였던 우리나라의 1세대 여성 행위예술가 정강자 화백이 23일 새벽 별세했다. 75세.
대구에서 나고 자란 고인은 홍익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뒤 전위적인 예술작업에 몰두했다.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은 1968년 5월 30일 서울의 음악감상실 세시봉에서 선보인 우리나라 최초의 누드 퍼포먼스 ‘투명풍선과 누드’다. 투명풍선을 작가의 몸에 붙였다가 나중에 관객들이 터뜨리는 것이었는데, 풍선 터뜨리는 행위에다 기존 질서를 부정하자는 의미를 집어넣었다. 모든 전위가 그러하듯, 지금의 눈으로 보면 크게 놀랄 만한 것도 아니었지만 군사독재와 엄숙주의, 가부장제가 절대적이던 그 당시에는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1970년대 들어서도 김구림 작가 등 끝없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전위적 작업을 하던 작가들과 ‘제4집단’을 결성, ‘한강변의 타살' '기성문화예술의 장례식' 등 기성 관습에 도전하는 다양한 퍼포먼스를 벌여왔다. 제4집단은 박정희 정권의 집요한 방해공작으로 해체됐다.
이후 고인은 전위적 퍼포먼스를 포기하지 않았으나 평면 회화와 조각 등의 전통 미술 영역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2015년 위암 3기 판정을 받았다. 암 진단을 받고도 전시회를 마치고 수술을 받겠다고 의료진을 설득할 정도로 작품활동에 의욕적이었다. 내년 초 아라리오갤러리에서 회고전을 앞두고 있었다.
빈소는 서울 강남성모병원 장례식장 14호실(24일은 2호), 발인은 25일 오전 10시. 장지는 경기도 파주 용미리 수목장. (02)2258-5940
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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