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양국의 해군 수장 간 영상통화에서 미국이 북한의 잠수함 감시를 중국에 요청했다는 외신보도가 나왔다. 최근 북한의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추가발사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미국이 중국을 시험대에 올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3일 중국 군사전문가들을 인용해 존 리처드슨 미 해군 참모총장이 20일 선진룽(沈金龍) 중국 해군 사령원(사령관)과의 영상통화에서 북한 잠수함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감시와 정보 제공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리제(李杰) 중국 해군 군사학술연구소 연구원은 “미국은 중국이 북한의 SLBM 추가발사와 관련해 도움을 주길 원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전문가는 “중국 해군은 북한의 활동을 감시하고 모니터링하는 것뿐 아니라 미사일 발사 후 탄두를 추적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고 이는 북한의 미사일 기술을 평가하는 데 있어 중요한 정보들”이라고 말했다.
미국 구축함이 홍콩 기항 후 복귀하는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遼寧)호 전단의 항로를 추적하는 등 양측 간 갈등 상황에서도 미국이 중국에 북한 잠수함 감시를 요청한 것은 북한의 SLBM 추가발사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20일 “북한 함경남도 신포조선소에 SLBM 탑재가 가능한 신포급 잠수함과 수중발사 시험용 바지선이 재배치됐다”고 전했다. 일본 NHK도 이날 “북한의 디젤형 로미오급 잠수함이 동해에서 약 1주일에 걸쳐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미군은 이를 특이한 행동으로 판단해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중국이 미국의 요청을 들어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예상이 많다. 다른 군사전문가는 “미국이 중국에 대해선 무기 금수 조치를 30년 가까이 이어오는 반면 대만에 무기판매를 지속하는 상황에서 중국은 미국을 도우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제는 “이번 통화는 미국이 북한을 향해 ‘중국이 북한의 핵ㆍ미사일 프로그램 억제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인식시키려 한 측면도 있다”며 미국의 의도를 부정적으로 해석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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