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달 중 북한에 대해 새로운 초강력 압박을 가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국무부가 21일(현지시간) 자국민의 북한 여행을 금지하는 명령 발표 계획을 밝힌 데 이어 22일 공화ㆍ민주당 의회 지도부는 하원에서 북한 제재법안을 러시아ㆍ이란 제재법안과 묶어 패키지로 처리키로 하는 방안에 전격 합의하고 표결 날짜를 25일로 확정했다. 현재 대북제재 법안은 하원을 거쳐 상원에 올라가 있으나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반면 이란ㆍ러시아 제재법안은 상원에선 통과됐으나 하원의 문턱을 아직 넘지 못한 상태다. 따라서 이 같은 시도는 정파적 이해로 엇갈린 북한ㆍ러시아ㆍ이란에 대한 제재를 한 바구니에 넣어 미 의회가 휴지기에 들어가는 8월 이전에 새로운 대북 제재의 틀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워싱턴 정가에서 문재인 정부의 유화적인 대북 정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잇따라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 의회의 대북 압박 수위가 올라가고 있어 주목된다.
새 대북제재 법안은 에드 로이스(공화ㆍ캘리포니아) 하원 외교위원장이 대표 발의한 ‘대북 차단 및 제재 현대화법’ 내용을 그대로 담고 있다. 지난 5월4일 하원에서 ‘찬성 419대 반대 1’의 압도적 차이로 의결된 이 법안은 북한의 군사와 경제의 젖줄인 원유 및 석유제품 수입을 봉쇄하는 것은 물론 북한 노동자 고용 금지, 북한 선박 운항 금지, 북한 온라인 상품 거래 및 도박 사이트 차단 등 전방위 대북제재 방안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북한의 달러 유입 경로를 완전히 차단하는 동시에 북한의 경제적 고립을 한층 배가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미 의회 일각에서는 대북 제재법안이 러시아ㆍ이란 제재법안과 묶이게 되면서 북한에 대한 미국 의회의 제재 의지가 약화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지지부지한 대 러시아ㆍ이란 제재 의지를 북한에 대한 응징 의지에 섞는다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상ㆍ하원에서 대북 제재 의지를 분명히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정부 역시 이달 내 다각적이고 독자적인 대북 제재 방안 마련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한 소식통은 “이 시기를 놓치고, 워싱턴의 정치적 휴지기인 8월로 넘어갈 경우 강력한 대북 제재의지가 사그라질 수 있다”며 “국무부 혹은 재무부 차원에서 이달 내 북한에 대한 새로운 제재 방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미 예고한 북한과의 거래 혐의가 입증된 중국 금융기관과 회사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제재 방침이 조만간 발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 행정부가 이번 주 안으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요격시험을 추가로 실시하는 방안을 같은 움직임으로 해석하고 있다. 또 27일 북한에 대한 미국 시민의 여행금지를 선포하는 내용도 대북 압박의 일환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하원 외교위원회 아태소위원회는 같은 날 북한여행통제법을 상정, 심의 후 표결에 부칠 방침이라고 미국의소리(VOA)가 이날 보도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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