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고 싶은 사람들이 하는 정치가 곧 ‘청년정치’라고 봐요. 저는 청년정치를 하고 싶은 사람입니다.”
지난 11일 정의당 전당대회에서 1,667표(13.7%)를 얻어 당당히 직에 오른 정혜연(28) 청년부대표는 20대이자 여성, 그리고 커밍아웃(성 정체성 공개)한 성소수자다. 21일 서울 여의도 정의당사에서 만난 정 부대표는 “구의역 김군이나 전주 현장실습생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동하는 청년들의 손을 가장 먼저 잡아줄 수 있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경기 안성시, 가난한 농부의 셋째 딸로 태어난 정 부대표는 학창시절 내내 ‘모범생’이었다. 중학생 때부터 성 정체성을 깨달았지만, 시원하게 터놓을 곳이 마땅치 않아 속으로만 고민했다. 좋은 성적으로 이화여대 약대에 입학한 정 부대표는 2009년 1월 ‘용산 참사’를 목격하면서 처음으로 진보 정당에 발을 들였다. 정당 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 나누면서 그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성 정체성을 인정했다. 2013년에는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단순히 세상이 ‘부조리하다’고만 생각했던 그는 8년간의 정당 활동을 하면서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포부를 가진 정치인이 됐다. 지난해 촛불 정국, 그리고 올해 심상정 전 대표의 대선 레이스를 함께하면서 그는 ‘정치의 힘’을 느꼈단다. 정 부대표는 “2012년 1% 지지율로 시작한 진보 정당이 지난 대선에서 6.2%까지 오른 건, 현실에 문제를 느끼고 다른 사람들과 연대하려는 국민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 부대표의 최대 관심사는 청년 노동자다. 기존 정치 제도권 안에서는 이들과 함께 싸워주는 힘이 부족했다는 판단이다. “단순히 청년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청년 노동자를 위한 정치를 하고 싶습니다. 이 시대 청년들은 저임금에 시달리며 인생 전체를 비정규직으로 살 수도 있는 사람들이거든요.” 이를 위해서는 청년들이 마음껏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게 정 부대표의 설명이다. “정의당은 앞으로 문턱이 아예 없는 공간이 돼줄 겁니다. 누구나 들어와 놀 수 있는, 청년들의 놀이터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아직 20대인 정 부대표는 앞으로도 쭉 직업 정치인으로 살 계획이다. 5년간 약사로 일하던 약국도 부대표 선거에 나오면서 그만뒀다. “이성애자든 동성애자든,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남성이든 여성이든, 함께 사회 부조리에 맞서 싸우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가장 앞에 나서서 그 역할을 해낼 겁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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