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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내정당 지도부 오른 첫 여성 성소수자 정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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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내정당 지도부 오른 첫 여성 성소수자 정치인

입력
2017.07.21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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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연 정의당 부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정혜연 정의당 부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세상을 바꾸고 싶은 사람들이 하는 정치가 곧 ‘청년정치’라고 봐요. 저는 청년정치를 하고 싶은 사람입니다.”

지난 11일 정의당 전당대회에서 1,667표(13.7%)를 얻어 당당히 직에 오른 정혜연(28) 청년부대표는 20대이자 여성, 그리고 커밍아웃(성 정체성 공개)한 성소수자다. 21일 서울 여의도 정의당사에서 만난 정 부대표는 “구의역 김군이나 전주 현장실습생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동하는 청년들의 손을 가장 먼저 잡아줄 수 있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경기 안성시, 가난한 농부의 셋째 딸로 태어난 정 부대표는 학창시절 내내 ‘모범생’이었다. 중학생 때부터 성 정체성을 깨달았지만, 시원하게 터놓을 곳이 마땅치 않아 속으로만 고민했다. 좋은 성적으로 이화여대 약대에 입학한 정 부대표는 2009년 1월 ‘용산 참사’를 목격하면서 처음으로 진보 정당에 발을 들였다. 정당 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 나누면서 그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성 정체성을 인정했다. 2013년에는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단순히 세상이 ‘부조리하다’고만 생각했던 그는 8년간의 정당 활동을 하면서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포부를 가진 정치인이 됐다. 지난해 촛불 정국, 그리고 올해 심상정 전 대표의 대선 레이스를 함께하면서 그는 ‘정치의 힘’을 느꼈단다. 정 부대표는 “2012년 1% 지지율로 시작한 진보 정당이 지난 대선에서 6.2%까지 오른 건, 현실에 문제를 느끼고 다른 사람들과 연대하려는 국민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 부대표의 최대 관심사는 청년 노동자다. 기존 정치 제도권 안에서는 이들과 함께 싸워주는 힘이 부족했다는 판단이다. “단순히 청년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청년 노동자를 위한 정치를 하고 싶습니다. 이 시대 청년들은 저임금에 시달리며 인생 전체를 비정규직으로 살 수도 있는 사람들이거든요.” 이를 위해서는 청년들이 마음껏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게 정 부대표의 설명이다. “정의당은 앞으로 문턱이 아예 없는 공간이 돼줄 겁니다. 누구나 들어와 놀 수 있는, 청년들의 놀이터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아직 20대인 정 부대표는 앞으로도 쭉 직업 정치인으로 살 계획이다. 5년간 약사로 일하던 약국도 부대표 선거에 나오면서 그만뒀다. “이성애자든 동성애자든,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남성이든 여성이든, 함께 사회 부조리에 맞서 싸우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가장 앞에 나서서 그 역할을 해낼 겁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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