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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아베 부인, 영어 한마디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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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아베 부인, 영어 한마디 못 해”

입력
2017.07.2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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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인터뷰서 G20회담 만찬장 얘기하다 험담

사실 여부 떠나 ‘외교 결례’ 비판

4월 미국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 당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두 번째) 미 대통령 내외와 아베 신조(세 번째) 일본 총리 내외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4월 미국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 당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두 번째) 미 대통령 내외와 아베 신조(세 번째) 일본 총리 내외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의 영어 실력을 공개적으로 깎아내려 또다시 구설에 올랐다. 격식과 절제된 언행이 중요한 외교 무대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막말 퍼레이드가 이어지면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나는 멋진 남자인 아베 총리의 부인 옆자리에 앉았었다. 그는 멋진 여자인데 영어는 못한다”고 뜬금없이 아키에 여사를 흉봤다. 지난 7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만찬 상황을 설명하던 중이었다.

그는 인터뷰를 한 매기 하버만 기자가 “한 마디도 못하느냐? 제로(0) 수준이냐”라고 질문하자 “‘헬로(helloㆍ안녕)’도 못한다”고 혹평했다. 기자는 “어색한 자리였겠다”고 되물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힘들긴 하다. 1시간 45분 동안 같은 자리에 앉아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또 “그 자리에는 일본어 통역이 한 명 있었는데 그(통역)마저 없었으면 더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난 아키에 여사와 저녁을 즐겼고 그는 정말 사랑스러운 여성”이라고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 인터뷰 내용이 공개된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아키에 여사가 2014년 9월 뉴욕에서 열린 한 심포지엄에 연사로 나와 영어로 연설한 동영상이 나돌았다. 영상에서 참석자들은 15분 동안 큰 불편 없이 아키에 여사의 영어 연설을 경청했다.

발언의 사실 여부를 떠나 외국정상 배우자의 언행을 놓고 뒷말을 하는 것 자체가 외교적 결례라는 비판도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13일 프랑스를 방문한 자리에서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부인 브리지트 트로뇌 여사를 훑어본 뒤 “몸매가 좋다. 아름답다”고 말해 성희롱 논란을 낳기도 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칼럼니스트 제시카 발렌티는 “아키에 여사는 아마 트럼프와 말하고 싶지 않아 일부러 영어를 못하는 척했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외국 정상들에게는 거리낌 없이 무례를 범하고도 트럼프는 정작 외손녀의 어학실력은 자랑하느라 바빴다. 그는 인터뷰 도중 외손녀 아라벨라 쿠슈너(5)가 나타나자 “중국어 인사를 해보라”고 요구했고, 아라벨라는 “니 하오(안녕하세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손녀가 중국어를 잘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도 대화를 나눴다. 똑똑한 유전자를 가졌다”고 한껏 흡족해했다.

NYT는 트럼프가 마크롱 대통령과 대화 중 나폴레옹과 그의 조카 나폴레옹 3세를 혼동한 사실을 전하면서 “대부분 인터뷰 주제에서 말실수를 했다”고 지적했다. 남 흉을 볼 처지는 아니라는 얘기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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