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떠난 음악적 동지가 그리웠던 걸까. 랩과 록을 접목한 음악으로 전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은 미국 밴드 린킨 파크의 보컬 체스터 베닝턴이 지난 5월 숨진 음악 동료 크리스 코넬(밴드 사운드가든의 보컬)의 생일에 세상을 떠났다. 향년 41세.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카운티 검시소는 베닝턴이 로스앤젤레스 근교 팔로스 버디스 에스테이츠에 있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20일(현지시간) 밝혔다. 미국 온라인 연예매체인 TMZ에 따르면 베닝턴은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도 고인의 사인을 자살로 보고 있다.
베닝턴은 그간 약물 및 알코올 중독에 시달렸다. 그는 열한 살 때 부모가 이혼하면서 불우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주변 인물에 성적 학대까지 받아 어려서부터 마약을 접했고, 오랫동안 정신적인 고통으로 힘들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베닝턴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날이 공교롭게도 코넬의 생일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음악 팬들은 고인의 사망에 더욱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베닝턴은 자신에 앞서 세상을 떠난 코넬과 각별한 음악지기였다. 베닝턴은 코넬이 자살했을 때 추모글을 쓰기도 했고, 장례식장에서 레너드 코언의 노래 ‘할렐루야’를 부르며 동료의 사망을 누구보다 가슴 아파했다. 베닝턴은 코넬 아들의 대부이기도 했다.
베닝턴은 시원하게 내지르는 호소력 있는 창법으로 팀의 인기를 이끌었다. 베닝턴은 2000년 낸 린킨 파크 1집 ‘하이브리드 씨어리’가 전세계에서 3,000만 장 이상 팔리면서 데뷔하자마자 스타덤에 올랐다. 미국 유명 음악 시상식인 그래미어워즈에서 최우수 하드록 퍼포먼스 등 두 차례 상을 받으며 음악성도 인정 받았다. 밴드의 히트곡으로는 ‘인 디 엔드’ ‘넘’ 등이 있다.
베닝턴은 한국과 인연도 깊다. 생전에 밴드와 세 차례나 한국을 찾았다. 2011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연 무대에선 태극기 퍼포먼스를 선보여 국내 관객의 호응을 사기도 했다. 린킨 파크는 멤버 중에 한국계 미국인 조 한이 DJ로 활동해 국내 팬들에 유독 친숙한 해외 밴드다.
린킨 파크는 지난 5월 7집 ‘원 모어 라이트’를 발매한 뒤 남미와 유럽 등에서 순회 공연을 활발히 해왔던 터라 베닝턴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에 동료 음악인들의 충격은 컸다. 린킨 파크의 기타리스트인 마이크 시노다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충격적이고 가슴이 찢어진다”고 동료를 잃은 애통함을 표했다. 밴드 그린데이의 보컬 빌리 조 암스트롱은 “베닝턴은 매우 친절하고 똑똑했으며 놀라운 가수였다”며 그를 추모했고, 메탈리카 드러머인 라스 울리히와, 일렉트로닉댄스뮤직 듀오인 체인스모커스 등도 SNS에 글을 남겨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국내 음악인들에게도 베닝턴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비극이었다. 밴드 FT아일랜드의 보컬 이홍기는 “어릴 때 내 꿈의 큰 부분을 차지하면서 음악을 계속할 수 있게 원동력이 되어 준 보컬”이라며 “그곳에서 더 멋진 음악을 해달라”고 고인을 애도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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