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종된 연고 나눠줄 '맘님' 안 계실까요? 10개월 된 아기가 우는데 제 마음이 찢어집니다."
최근 중고 판매 사이트와 지역 맘카페에는 에스트로겐 연고를 애타게 찾는 부모들로 가득합니다.
소음순협착증을 치료하는 연고가 '너무 싸다'는 이유로 단종돼 시중에서 구할 수 없기 때문인데요.대책은 없는 걸까요. 한국일보가 카드뉴스로 정리했습니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박주연 인턴기자
“간절히 구합니다, 조금만 나눠주세요”
“제발 연락해주세요. 아기가 너무 아파해요”
부모들이 모여 육아 정보를 공유하는 카페
이 카페 회원들은 얼마 전부터 간절히 '어떤 약'을 찾고 있습니다.
이들이 찾는 건 '에스트로겐 연고'
‘소음순협착증’을 치료할 수 있는 약입니다.
소음순협착증은 바이러스 감염이나 염증 때문에 질 입구(소음순)가 막히는 것으로 만3세가 되기 전 여자아이의 약 2%에게서 증상이 나타나는 비교적 흔한 병입니다.
이 병에 걸리면 방광염으로 고생하거나 패혈증에 걸려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데요. (*패혈증: 전신에 심각한 염증 반응이 나타나는 상태)
의외로 치료법은 간단합니다.
에스트로겐 연고만 바르면 됩니다.
문제는 2015년을 마지막으로 이 약이 단종된 겁니다.
값이 너무 싸서 원료를 수입하기 힘들게 된 까닭에 제약사가 이 연고를 더 이상 만들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부모들은 '남이 쓰다 남은' 연고라도 있을까 발만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단종 이후, 대체품으로 거론되는 약이 있지만 이 약도 언제 단종될지 모릅니다.
역시나 이유는 '너무 싼 가격'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건 당연한 덕목입니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약을 단종했다고 해서 비판할 순 없습니다.
그러나 손해를 감수하면서 환자를 위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도 있습니다.
매일유업은 1999년부터 선천성 대사 이상 질환을 갖고 태어난 유아를 위한 ‘특수 유아식’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이 병을 앓고 있는 환자는 5만명 중 1명.
선천적으로 아미노산을 분해하지 못하기에 ‘특수한’ 식사를 해야 합니다.
식이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발달장애와 뇌세포 손상의 우려가 있지만 이 아이들을 위한 분유는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외면 받았습니다.
매일유업은 적자를 무릅쓰고 18년 동안 8종의 특수분유를 만들고 있습니다.
모든 아기가 건강하게 성장해야 한다는 마음에서입니다.
하지만, 매일유업의 사례처럼 기업이 '선의'를 베풀기만 바라야 할까요
누군가에겐 생명과도 직결되는 '필수 의약품'의 단종을 막기 위해 정부가 나서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요?
먼저, 정부가 '퇴장방지의약품'을 지정해 제약회사들이 생산을 기피하는 약품의 단종을 막아야 합니다.
또, '싼 가격'이 문제라면 값을 더 높게 책정해서라도 생산할 동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단종돼 구하지 못하기보다는 비싸더라도 안정적으로 약을 구하는 것이 환자들에겐 더 도움이 될 테니까요.
"약값을 무조건 낮추기보다 물가인상분을 반영한 합리적 가격을 책정해 기업이 계속 생산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약값이 너무 싸서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약을 구하지 못 하는 일이 없도록 말입니다” -신정호 고대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
언제까지 부모들이 '중고사이트'와 '맘카페'에서 쓰다 남은 연고를 애타게 찾아 다녀야 할까요.
치료법을 몰라서도, 치료비가 비싸서도 아닌, '약이 싸서' 구하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 기사는 한국일보 2017년 7월 11일자 기사 '“여성호르몬 약값이 너무 싸서”…소음순협착증 치료제 생산 끊겨' ( 바로가기 )을 참조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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