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청 선정 20여곳 명단서 빠져
“산하기관 기보는 넣고…” 부글
소규모 기업을 운영하는 분들에게 신용보증기금(이하 신보)은 아주 친숙한 기관입니다. 특히 당장 사업자금이 없어도 기술력으로 신보에서 ‘기술보증’을 받으면 시중은행의 사업자금을 빌릴 수 있기 때문에 예비 창업자들에겐 동아줄 같은 곳이죠. 그간 신보가 기술보증서를 발급한 벤처ㆍ중소기업만 20만개가 넘으니까요.
그런데 신보가 요즘 남모를 속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무늬만 번드르르한 벤처기업을 가려낸다는 취지로 기존의 ‘벤처인증 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편하는데, 유망 기업을 추천할 심사기관에서 신보가 빠졌기 때문입니다.
벤처인증 제도는 정부가 될성부른 기업에 붙여주는 일종의 인증마크입니다. 벤처인증을 받으면 법인세 50% 감면 등 적지 않은 혜택을 받습니다만 그간 운영이 허술하다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그 동안은 기술력이 떨어져도 기술보증기금(이하 기보)이나 중소기업진흥공단의 대출이나 보증만으로도 벤처인증을 받을 수 있었는데요. 실제 대출실적을 근거로 벤처인증을 받은 기업이 전체의 90%로 압도적입니다.
정부는 앞으로 기술력 없는 기업이 인증마크를 다는 걸 막기 위해 전문기관의 추천서를 받아 민간 전문심사관으로 구성된 벤처확인위원회를 통과한 기업에만 벤처인증 마크를 줄 예정입니다. 주무부처인 중소기업청은 지난해 연구용역을 통해 1차 추천업무를 각 분야의 20여개 전문기관에 맡기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 명단에 기보는 포함됐지만 정작 기보보다 거래 중소기업이 많은 신보는 빠졌습니다.
이를 두고 뒷말이 나옵니다. 기술보증 분야에선 성격이 비슷한 신보와 기보 가운데, 중기청이 새 정부 들어 자기 산하기관으로 넘어온 기보는 추천기관에 넣고 여전히 금융위원회 산하기관인 신보는 일부러 뺀 것 아니냐는 겁니다.
제3자가 보기엔 언뜻 기관 사이의 밥그릇 싸움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상황이 그리 간단치는 않습니다. 신보와 거래 중인 20만개 이상 기업은 이미 신보의 기술평가를 거쳤음에도 벤처인증을 받으려면 기보 등에서 똑같은 평가를 또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중기청은 “아직 최종 기관이 선정된 건 아니다”고 말하지만 신보는 불편함 감정을 감추지 않고 있습니다. 위원회에 추천기관을 20여개나 두는 게 유망 중소기업을 더 잘 발굴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신보도 여기에 포함하는 게 당연하다는 겁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