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ㆍKAI 수사 등 줄줄이 맡겨
朴정부 문건까지 넘겨주며 독려
‘檢 직접수사 축소’ 정책기조와 배치
“검찰 개혁 후퇴하나” 우려까지
檢 내부선 “민감한 사안은 검찰 이용”
검찰의 과도한 권한을 줄이겠다는 문재인 정부 구상과는 반대로 검찰의 역할과 기능이 되레 확대ㆍ강화될 조짐을 보여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을 줄이고 경찰 수사 지휘 중심의 인권옹호 기관으로 거듭나게 하겠다는 정책 기조를 스스로 거스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국정과제 1호인 적폐청산 기조와 맞물려 검찰은 정권 초기부터 대대적인 수사에 나서면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가 아직 임명되지 않았고 검찰 간부 인사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임에도 검찰 기세는 예사롭지 않다. 검찰은 지난 14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압수수색으로 사정수사의 첫 발을 내디뎠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는 감사원이 수사의뢰 한 면세점 비리 의혹을 배당 받아, 대기업과 고위 공직자 등을 타깃으로 삼을 태세다. 특수수사에 정통한 윤석열 지검장이 취임하면서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이 강화할 것이란 점은 어느 정도 예견됐지만, 그 강도가 과거 어느 때보다 세다. 다음 달로 예상되는 검찰 정기인사 이후에는 사정 수사에 더욱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문제는 현재 상황이 검ㆍ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 신설을 검찰개혁 양대 축으로 삼았던 문재인 정부의 권력기관 권한 분산 방침과 배치된다는 점이다. 적폐청산 관련 수사를 검찰이 도맡고 있는 상황이 ‘검찰 힘 빼기’로 요약되는 개혁 방향과는 모순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청와대가 적폐청산을 명분으로 수시로 수사를 주문하고 있어, 검찰 수사기능이 비대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정부는 연일 박근혜 정부에서 생산된 청와대 문건을 검찰로 넘기면서 사실상 수사를 지시하고 있고, 검찰도 장단을 맞춘 듯 수사팀을 늘려 화답하는 모양새다.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내 적폐청산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그 때마다 검찰은 마음껏 칼을 휘두를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셈이다. 이에 따라 검찰이 직접수사 기능 유지라는 현재의 권한을 보장 받는 대신, 정부 기조에 호응하는 물밑 거래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검찰 구성원들도 현 상황을 마냥 반기지는 않고 있다. 특수수사 경험이 풍부한 한 부장검사는 “밖에서는 검찰이 무소불위 권한을 유지하려는 기득권으로 비칠 수 있겠지만, 정부가 사정수사를 주문할 때나 정치권에서 민감한 사안을 다룰 때는 검찰을 이용해 해결하려고 하지 않느냐”며 “이런 관행만 고쳐도 검찰 역할은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동시다발 사정 수사가 전 정권을 타깃으로 한다는 점에서 향후 정치적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도 적지 않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검찰개혁은 정권 초에 다잡지 못하면 좌초하기 쉽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검찰 권한이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며 “정부가 공수처를 신설하는 선에서 끝내려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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