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선 협상 목소리 나오고
한국당도 조건부 협조 의사
여당달래기 나섰던 민주
‘대선불복’ 프레임 꺼내 들어
공무원 증원 추경을 줄기차게 반대해온 야당이 20일 제한적 협조 의사를 보이면서 추경 협상이 변곡점을 맞고 있다. 국민의당에서는 추경에 협조하자는 협상파의 목소리가 대두됐고, 자유한국당도 필수 인력에 한해 조건부 증원을 시사하면서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권은 21일 추경안 통과를 목표로 물밑 협상을 분주하게 이어나갔다. 이날 밤 늦게 여야는 공무원 증원 추경안에 대한 논의까지 돌입했고, 여야 간사회동에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까지 깜짝 모습을 드러냈지만 끝내 접점을 찾지는 못했다. 여야는 21일 예결위 소위를 속개한다는 방침이다.
야권의 미묘한 기류 변화는 동시다발적으로 감지됐다. 사흘 째 멈춰 있던 국회 예결위 소위가 가동된 이날 오후 자유한국당은 ‘필수 인력 부분 증원’카드를 꺼내 들었다. 정부 여당이 계획한 1만 2,000명 전부를 증원하는 것이 아니라 여야 공히 필수적이라고 인정하는 부분만 늘릴 수 있다는 취지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이 ‘일반행정직을 늘리는 것에 찬성하지 않는다. 민생이나 경찰이나 꼭 필요한 인원은 (증원)하겠다’고 말했는데, 정말 필요한 적정 인원인지 스크린 해보겠다”고 말했다. 일반직 공무원을 늘리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나머지 증원에는 협조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꼭 필요한 인력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 여당에서 그 필요성을 입증하라는 뜻”이라고 거들었다.
국민의당에선 공개적으로 추경에 협조하자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이날 의원총회장에서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용호 정책위의장은 “추경안을 우리가 주도해 당의 신뢰를 높이자”거나 “협상에도 골든 타임이 있다”는 말로 추경안 협조에 나서자며 당내 여론 몰이에 나섰다. 국회 파행 국면마다 캐스팅보트를 행사해왔던 국민의당이 이낙연 국무총리 인준 때처럼 여당 협조로 급선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야당이 전향적으로 태도 변화를 보인 데는 전날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회동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일반 공무원 증원에 찬성하지 않는다”거나“국회가 해주는 만큼이라도 부탁한다”는 발언으로 사실상 야당이 받을 수 있는 ‘필수 인력 부분 증원’ 절충 카드를 제시했다는 평가다.
또 야당 입장에선 일자리 추경을 반대할 명분이 약하고, 여론 역풍도 부담이다. 자유한국당 등은 여당 시절인 지난해 본예산 심사 당시 공무원을 늘리는 데 사용할 수 있다며 목적 예비비 명목으로 500억원 편성에 합의한 바 있다. 이제 와서 공무원 증원 항목 80억원을 반대하는 게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역대 국회에서 추경안이 통과되지 않은 사례가 없다는 점도 고민이다.
민주당은 일자리 추경 통과의 시급성을 호소하기 위해 주말부터 장외 현수막 설치 등 대국민 여론전을 검토하며 강경 모드로 전환할 태세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 “야당이 하려는 것은 일자리 대통령으로서 문재인 대통령의 날개를 꺾어버리려는 것이다. 문재인 발목잡기, 문재인 흔들기를 중단해야 한다”며‘대선 불복’ 프레임까지 꺼내 들어 야3당에 맹폭을 가했다. 정치 하한기인 7월 중순부터 의원들의 해외출장 일정이 줄줄이 대기 중이라는 점도 현실적 변수다.
다만 여야가 추경이 아닌 예비비 활용에 공감대를 이루더라도, 증원 인력의 규모를 두고 여야의 이견 차가 커 협상이 최종 타결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필수 인력 운용 계획을 예결위에서 승인 받도록 하는 부대의견 명기를 어떻게 풀어갈지도 난제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김정현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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