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논객 육성ㆍ보수단체 지원 대책도
서울시 견제ㆍ국민연금 의결권 개입 검토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카카오톡의 자동연관 검색기능이 좌편향이라는 이유로 개선을 주문하는 내용의 청와대 문건이 발견됐다. 박근혜 정부가 입맛에 맞지 않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의 여론통제를 위해 민간기업인 인터넷포털 업체의 검색기능에까지 개입을 시도한 정황이란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20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국정상황실에서 발견된 박근혜 정부 청와대 문건 504건을 분석한 내용을 밝히면서 “카카오톡의 샵(#) 검색 기능과 관련해 좌편향적 자동연관 검색어 논란이 있으니 카카오톡 자동 연관 검색어를 개선토록 주문하는 것이 있었다”고 말했다. 다음카카오는 2015년 6월부터 카카오톡에 샵(#) 검색 기능을 추가해 대화창에서 실시간으로 화제의 인물이나 이슈들을 검색할 수 있도록 했다. 당시 박근혜정부 청와대는 이용자들이 많이 사용해 자동으로 노출되는 검색어에 정부에 비판적인 인물이나 이슈가 등장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검색 기능을 통제하려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박 대변인은 ‘포털 뉴스 서비스의 사회적 책임 강화’라는 문건에는 “언론사로서의 위상 부여 여부와 포털의 수익환류 제도 검토 같은 것도 있었다”고 말해 포털업체의 수익 문제를 건드리며 압박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당시 청와대의 요청 여부를 확인중이다”면서도 “샵 검색 서제스트(자동완성검색기능)은 이용자가 입력한 검색어를 기반으로 알고리즘을 통해 자동으로 구성된다. 정보통신망법에 규정된 권리침해신고절차가 아닌 다른 개별적 요청에 의해 인위적으로 검색어를 삭제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박근혜 정부가 조직적으로 보수단체 지원에 나선 내용도 발견됐다. ‘2015년 4월~6월 국정환경 진단 및 운영기조’ 문건에는 ▦보수논객 육성 프로그램 활성화 등 홍보역량 강화 ▦보수단체 재정확충 지원대책 ▦상대적으로 취약한 청년과 해외보수세력 육성 방안이 담겼다. 2015년 7월 ‘비서실장 주재 수석ㆍ비서관회의 결과’ 문건엔 신생 청년 보수단체를 대상으로 지원을 적극 검토하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박 대변인은 “특정 이념 확산 방안을 청와대가 직접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박근혜 정부에선 청와대가 보수단체를 지원해 왔다는 의혹은 끊이지 않았다.
청와대가 서울시의 복지 정책을 견제하는 데 개입한 정황도 드러났다. ‘중앙정부ㆍ서울시 간 갈등 쟁점’ 문건에는 “서울시 추진 정책에 대해 정부가 무조건 반대한다는 프레임이 작동하지 않도록 하면서 서울시 정책의 부당성을 알려나가야 한다”고 적혀 있었다. 박 대변인은 또 ‘서울시 청년수당 지급 관련 논란 검토’ 문건과 관련해 “서울시가 청년수당을 강행하면 지방교부세 감액 등 불이익 조치를 취하라는 것으로 볼 때 청와대가 직접 서울시에 대한 조치를 강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2015년 말 청년수당 지급계획을 발표하자 당시 복지부가 지방교부세 감액 예고 등으로 맞서며 갈등을 빚었다.
앞서 민정수석실에서 발견됐던 삼성 경영권 승계 지원을 검토한 문건과 유사한 ‘삼성물산 합병안에 대한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방향’, ‘해외 헤지펀드에 대한 국내 기업의 경영권 방어대책 검토’, ‘경영권 방어장치 도입 주장에 대한 쟁점 및 정부 입장 점검’이란 문건도 발견됐다. 박 대변인은 “(청와대가)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에 개입할 것인지, 해외 헤지펀드의 공격적 경영권 간섭에 국민연금을 활용하되 정부가 대기업을 지원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게 위원 구성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등의 표현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날 공개된 문건은 박근혜 정부 당시 정책조정수석실 소속 기획비서관실로 사용된 공간에서 발견됐고, 2013년 3월부터 2016년 10월 사이에 생산됐다. 박 대변인은 문건 내용 공개와 관련해 “새로 발견된 문건들은 대통령 지정 기록물이나 비밀문건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국가안보실에서 발견된 문건들도 추가 분석해 내주쯤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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