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개 대학ㆍ5개 카드사 적발
등록금 결제 독점…권리 박탈
서울 소재 유명 사립대학에 입학한 A씨는 올 초 등록금을 내기 위해 부모 명의로 B사 신용카드를 새로 만들어야 했다. 대학 측이 등록금 결제는 B사 카드로만 가능하다고 일방적으로 고지했기 때문이다. 특정 카드만 받는다는 대학의 설명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당장 현금이 없는 A씨로선 따를 수밖에 없었다.
특정 카드사에 등록금 결제에 대한 독점 권리를 주는 국내 대학의 관행에 은밀한 ‘뒷거래’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카드 결제 수수료 일부를 ‘리베이트’로 되돌려 받아온 사실이 경찰 수사결과 드러난 것이다.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혐의로 B사 등 5개 신용카드사 법인과 계약 담당자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0일 밝혔다. 또 이들과 계약하고 리베이트를 받은 대학교 108곳을 교육부와 금융감독원 등 관련 기관에 통보했다.
B사 등은 지난해 4월부터 학생들이 결제한 등록금 2,051억원에 대한 리베이트 16억원 상당을 소속 대학에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카드사들은 신규 고객 확충이 쉬운데다, 할부 결제(12개월)의 경우 최대 21%의 금융 수수료까지 챙길 수 있어 수수료 일부(0.7∼2.25%)를 대학에 돌려준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들은 1곳당 적게는 60만원에서 많게는 1억4,000만원을 받아 기부금이나 학교발전기금 등 명목으로 회계처리를 한 뒤 교비로 썼다. 여신전문금융업법은 카드사가 대형 가맹점(직전 년도 매출액 3억원)과의 거래를 위해 보상금, 사례금 등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경찰은 리베이트를 공금으로 쓴 점 등을 감안, 대학을 입건하지는 않았으나 모든 카드로 등록금 결제가 가능하도록 제도개선을 유도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양측간 뒷거래로 대학생들이 특정 카드사의 신용카드를 새로 발급받아야 하는 등 정당한 ‘결제권’을 박탈당했다”며 “관행적인 리베이트 지급을 차단하기 위해 다른 카드사로 수사를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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