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을 잘해서 팔리는 상품을 만드는 일은 우리에게 어울리지 않고 잘하지도 못합니다.”
가요기획사 안테나의 대표 겸 가수 유희열이 대중음악가로서 예술성과 대중성 사이에서 추구해야 할 방향과 음악관을 이야기했다.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일지아트홀에서 열린 안테나 소속 가수 이진아의 미니앨범 ‘랜덤’ 쇼케이스 자리에서였다. 편한 복장에 모자를 쓰고 나타난 유희열은 이진아를 향한 응원의 말을 부탁하는 진행자의 급작스러운 요청에 흔쾌히 무대 위로 올라왔다.
유희열은 “예전에 ‘K팝스타’에서 했던 심사평은 방송이라 한 얘기가 아니고 진심”이라며 “프로듀서로도 저보다 역량이 뛰어난 친구”라고 이진아를 칭찬했다.
SBS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 출신의 이진아는 가요계에서 드물게 피아노 연주를 하며 팝재즈를 소화하는 싱어송라이터다. 2014년 출연한 ‘K팝스타’에서 심사위원이던 유희열에게 “그동안 규정짓지 못했던, (내가)꿈꿔왔던 여성 뮤지션의 실체를 여기서 본 것 같다”는 극찬을 받았다.
1년 1개월 만에 컴백하는 이진아는 다채로운 변주와 발랄한 멜로디가 돋보이는 타이틀곡 ‘랜덤’을 포함해 7곡이 담긴 미니앨범을 선보인다. ‘랜덤’은 편견을 갖고 있는 자신을 인정하고 세상을 넓게 바라보자는 내용으로 “왈츠로 시작했다가 무거운 재즈 멜로디로, 후렴구엔 팝적인 멜로디로” 독특한 곡 전개가 특징이다. 이진아는 “유희열이 혼자 프로듀싱을 해보라고 제안해 악기부터 소품까지 직접 선택했다”며 “시행착오는 많았지만 에너지를 많이 쏟아서 그만큼 후회 없는 앨범”이라고 말했다.
유희열은 이진아에게 “음원차트 순위를 신경 쓰지 말 것”을 주문했다. 뮤지션이 음악을 잘하는 데 집중해야 좋은 음악이 나올 수 있다는 믿음이다. “뮤지션의 음악적 색깔이 온전히 드러나면 대중도 알아봐 줄 것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전 뮤지션에게 음악적 조언을 해주기보다는, 자신만의 빛을 발산하는 방법을 찾는 데 신경 쓰죠. 물론 음원차트 순위를 무시할 수 없지만, 그건 제가 신경 쓸 일이지 뮤지션이 걱정할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날 유희열은 소속가수들의 근황과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K팝스타 5’ 우승자로 안테나와 계약한 이수정은 대학 마지막 학기를 끝내고 돌아와 온전한 안테나의 식구로 활동한다. 가수 정승환은 정규 앨범을 준비 중이고, 샘킴도 음악 작업을 하고 있다. 가수 루시드폴은 제주도에서 귤 농사를 하며 곡을 만들고, 정재형 역시 작업해놓은 곡이 많아 조만간 예능인이 아닌 뮤지션의 모습을 선보일 계획이다.
유희열은 “그러고 보니 소속사의 모든 가수들이 곡을 만들고 있다”며 “심지어 가수 토이까지 곡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토이는 1994년 데뷔한 우리나라 대표 원맨밴드로 유희열이 작곡하고 객원보컬이 노래를 부르는 형태로 활동한다. 지난 2014년 이후 공백기를 갖고 있다.
7월 29~30일 서울 용산구에서 열리는 이진아의 단독콘서트에 이어 9월부터는 ‘안테나 레이블 콘서트’가 서울, 부산, 대구, 미국 로스앤젤레스, 뉴욕에서 잇따른다. “재즈의 진가가 드러나는 순간은 공연장의 무대가 아닌가 싶어요. 이진아는 노래도 훌륭하지만, 손가락이 건반 위에서 춤을 추는 친구라 분명 무대 위에서 힘을 발휘할 거예요. 안테나의 콘서트는 첫 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전 멤버들이 연주해 우리끼리는 ‘죽음의 합주’로 불리죠. 그만큼 좋은 공연이 될 겁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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