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머 폭스바겐코리아 총괄사장
배출가스 조작 혐의 재판 불출석
독일 출장 떠났다가 귀국 안해
이달 말 임기도 끝나 출석 깜깜
타머 측 변호인도 모두 사임계
출국정지 풀어줬다 허찔린 검찰
“공조 요청해도…” 구인 힘들 듯
“피고인을 한국으로 데리고 올 계획은 있습니까? (재판장)”
“저희도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없습니다. (검사)”
“굉장히 당황스럽고 재판부에 송구스럽습니다. (폭스바겐코리아 측)”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 나상용) 심리로 19일 열린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폭스바겐코리아) 배출가스 조작 사건 피고인인 요하네스 타머 총괄 사장이 자신의 첫 재판에 나타나지 않자 재판부 등 소송 관계인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른바 ‘디젤게이트’ 핵심 인사인 타머 사장은 2014년 배출가스 및 소음인증 기준에 미달하는 자동차를 한국에 수입 판매하는데 깊이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독일 본사와 긴밀하게 연락하며 배출가스 인증 조작에 주도적 역할을 했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이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된 까닭은 이렇다. 타머 사장의 출국을 정지시키고 수사를 하던 검찰은 지난 1월 타머 사장을 기소하면서 출국정지 조치를 풀었다. “외국 출장 등 출입국 필요성이 있다고 요청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6월 5~9일 일정으로 독일 출장을 떠난 타머 사장은 귀국을 하루 앞둔 8일 돌연 “건강 때문에 귀국이 늦어질 것 같다”며 폭스바겐코리아 측에 통보한 뒤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이달 31일에는 사장 임기도 만료 돼 재판 출석 의도가 아닌 이상 한국에 올 이유도 없다. 타머 사장의 변호인들도 모두 재판부에 사임계를 냈다.
법정에 들어서서야 뒤통수를 얻어 맞은 사실을 깨달은 검찰은 피고인 부실 관리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 재경지법 판사는 “수사하고 기소만 한다고 끝이 아닌데 재판 대비를 너무 안일하게 한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 한 부장판사는 “출장 등 사유가 있었고 상호 신뢰관계가 형성 돼 있었다면 출국정지 해제는 검찰 재량”이라며 마음을 놓고 있다가 허를 찔린 격이라고 설명했다.
재판 진행에도 중대 차질을 빚게 됐다. 검찰 관계자는 “다음에도 나오지 않으면 구속영장을 발부 받아 독일 당국과 형사 공조를 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독일 정부가 자국민을 쉽사리 인도해줄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서울고법 한 판사는 “소녀상을 훼손하고 본국으로 간 일본인도 못 데려왔고, 과거 서래마을 영아유기 사건 때도 프랑스인이 수사 중 귀국해 프랑스 현지에서 재판이 이뤄졌다”며 “법 체계가 다른 외국 사법체계를 불신하기 때문에 자국민 범죄인 인도는 잘 이뤄지지 않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재판장도 이날 “독일 측에 공조를 요청한다고 해도 소환장을 송달하는 정도”라며 “구인해 데려올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난색을 표했다. 함께 기소된 다른 피고인들의 재판을 먼저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폭스바겐코리아 법인과 전직 간부들이 배출가스 조작 책임을 타머 사장에게 미루고 있어 사실관계를 다투는 데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게 됐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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