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위원장 후보자가 종합편성채널(종편)의 의무전송제 개선을 검토하겠다는 발언은 방송업계에 큰 파장을 부를 전망이다. 의무전송제 변동은 종편의 물적 기반을 흔들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 후보자는 지상파 방송에는 중간 광고 허용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해 종편에는 채찍을, 지상파에는 당근을 제시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의무전송제는 방통위가 공공성과 공익성을 지녔다고 판단하는 방송사업자에게 주로 적용하는 정책이다. 전국의 유선방송사업자는 보통 자율적으로 각 방송 채널을 선택해 시청자에게 전달하는데, 의무전송제가 적용되는 채널의 경우 말 그대로 의무적으로 방송을 내보내야 한다. 방통위는 2011년 종편 출범 당시부터 방송의 다양성 구현을 명목으로 방송법 시행령에 따라 종편 4사(MBN, JTBC, TV조선, 채널A)와 보도전문채널(YTN, 연합뉴스TV)에 의무전송제를 적용해 왔다. 언론시민단체들은 종편에 대한 의무전송제 적용이 형평성에서 어긋나는 특혜 정책이라며 강하게 비판해 왔다. 방송계에서는 종편이 의무전송제를 발판 삼아 출범 5년 만에 연매출 1,000억대로 고성장할 수 있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종편의 매출 성장세(단위: 원)
※자료: 방송통신위원회(2017)
지난해 국내 케이블가입 가구 수가 약 1,386만 가구이고, IPTV 가입 가구 수는 약 1,259만 가구인 점을 감안하면 2,600만 가구가 의무전송 채널을 시청하고 있다. 유선방송사업자는 종편을 의무전송하는 대신 방송프로그램 사용 대가로 종편 4사에 돈을 지불하고 있다. 지난해 방통위가 국회에 제출한 국감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유선방송사업자가 종편 4사의 프로그램 사용료로 지불한 금액은 513억원으로 종편 1사당 평균 128억원의 수익을 거뒀다. 종편 4사가 의무전송제의 적용을 받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1년에 100억원이 넘는 수익이 당장 사라질 위험에 처하게 되는 셈이다.
의무전송제의 더 큰 혜택은 광고 유치다. 종편 4사가 방송 프로그램의 경쟁력과는 무관하게 ‘전국 방송 사업자’라는 유리한 위치에서 광고를 유치할 수 있는 건 의무전송제 덕분이다. 종편의 등장으로 방송 광고시장이 약탈적 상황에 처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지상파의 중간 광고 도입은 종편 의무전송제 검토만큼 큰 파장을 불러올 전망이다. 지상파는 종편과 tvN 등 케이블채널의 약진으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중간 광고 도입을 꾸준히 주장해 왔다.
지난 3일 방통위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지상파(KBS, MBC, SBS, EBS) 광고 매출은 1조6,20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15.1%나 떨어졌다. 2012년 방송광고 시장에서의 지상파 점유율이 60%대였으나 지난해는 50.3%를 기록했다. 지상파는 광고 시장에서 고전을 겪자 최근엔 프리미엄 광고(PCM)라는 명칭으로 드라마를 1,2회로 쪼개고 변칙적으로 중간 광고를 집어넣어 비판을 부르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때 “종합편성채널과 지상파방송을 동일하게 규제하는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 비롯됐다. 한 언론계 관계자는 “종편의 의무전송제 재검토는 채널 재승인 못지 않은 후폭풍을 불러올 사안”이라며 “의무전송제 변동과 지상파 중간 광고 도입이 현실화되면 방송계 지각변동을 불러올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