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ㆍLG 국내시장 90% 차지
삼성 ‘파워봇’ 1㎝ 장애물 인식
머리카락ㆍ먼지 엉키는 것도 방지
LG ‘로보킹’ 딥씽큐 탑재해 똑똑
강력한 모터로 흡입력도 뛰어나
후발 업체들은 틈새시장 공략
에코백스 ‘윈봇950’ 창문 닦고
아이클레보는 물걸레질도 가능
2003년 LG전자의 ‘로보킹’으로 개화한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에 올해 신제품들이 쏟아지며 ‘2라운드’가 시작됐다. 4차 산업혁명의 흐름에 발맞춰 국산과 수입품 공히 인공지능(AI)은 기본이고 저마다 특화된 기능을 뽐내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의 ‘안방’을 차지하기 위한 로봇청소기들의 ‘스마트한 전쟁’이다.
19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은 삼성전자 ‘파워봇’과 LG전자 ‘로보킹’의 양강 체제다. 전자제품은 국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로봇청소기에도 이어져 삼성과 LG가 시장의 90%를 차지한 것으로 파악된다. 세계 로봇청소기 판매량 1위인 미국 아이로봇, 무선청소기 업계 1위 영국 다이슨도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점유율은 아직 미미하다.
삼성전자가 올해 3월 출시한 2017년형 파워봇은 1㎝ 정도의 얇은 장애물까지 민감하게 인식하는 정교한 센서로 효율적인 청소 성능을 자랑한다. 독자적인 ‘엉킴 제거 브러시’가 적용돼 머리카락과 먼지 등이 엉키는 것을 방지하고 카펫이나 타일 등 바닥 재질을 스스로 인식해 필요한 만큼의 흡입력만 사용한다. 전작 대비 높이가 28% 낮아진 9.7㎝라 가구나 침대 아래도 청소할 수 있다.
LG전자가 독자 개발한 기계학습(딥러닝) 기술 ‘딥씽큐(DeepThinQ)’를 탑재해 지난 3월 출시한 로보킹 터보플러스 신제품은 똑똑한 게 강점이다. 최근 서울대 연구실이 시판된 로봇청소기 4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시험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로봇청소기의 인지 능력이 2년 전 유인원이었다면 이제는 6, 7세 어린이 수준으로 진화한 셈이다. 경쟁 제품들보다 1개 많은 총 3개의 카메라 센서와 10년간 무상 보증하는 강력한 인버터 모터가 탑재돼 흡입력도 뛰어나다. 다만 출고가격이 109만원이라 비싸다.
해외에서 기술력을 인정받는 유진로봇 아이클레보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미세먼지에 특화된 ‘아이클레보 오메가’는 첫 출시된 지난해보다 올해 더 인기가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청소기는 애완동물 털이나 머리카락이 노즐에 엉키지 않고, 1초에 20프레임 공간 촬영이 가능한 카메라가 공간분석을 해 정밀하게 주행하며 청소를 한다.
유진로봇은 미국 디즈니(Disney)와 손잡고 탄생시킨 ‘아이클레보 아이언맨’과 ‘아이클레보 스타워즈’를 지난달 국내에 선보이며 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두 제품의 소비자가는 54만9,000원이라 가격 경쟁력도 갖췄다.
지난달 말 국내 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한 중국 로봇청소기 1위 기업 에코백스 로보틱스는 높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웠다. 대표 제품인 ‘디봇 R95’는 레이저 거리센서(LDS)를 활용한 스마트 내비가 주변 공간을 파악해 360도 회전하며 청소를 한다. 가격은 59만원대라 비슷한 기능의 경쟁제품보다 저렴하다.
업계 추정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은 2008년 3만6,000대 규모에서 지난해에는 약 25만대로 8배 이상 커졌다. 수요가 늘며 바닥 먼지를 쓸어 담는 청소는 물론이고 유리창이나 거울을 닦을 수 있는 로봇청소기도 등장했다. 에코백스가 지난달 출시한 ‘윈봇950’은 대표적인 가정용 창문 닦기 로봇이다. 아이클레보 아이언맨과 스타워즈는 물걸레질까지 가능하고, 에코백스도 물걸레질 기능을 추가한 '디봇 M86' 국내 출시를 준비 중이다. 국내 대기업이 아직 선점하지 못한 틈새 시장을 겨냥한 전략이다.
이에 LG전자는 하반기 중 더 똑똑하고 강해진 신제품 ‘코드제로 R9’ 출시를 준비 중이다. 독자적인 ‘스마트 인버터 모터 P9’가 탑재되는 R9의 흡입력은 전작보다 20배 이상 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품 종류는 늘어나지만 로봇청소기 디자인만큼은 둥글둥글하며 납작한 형태로 고정화되는 분위기다. 전 세계적으로 개수를 따지기 어려울 정도로 많이 쏟아져 나온 로봇청소기가 거의 다 이렇게 생겼다. 업계 관계자는 “회전을 하면서 쓸어 담아야 하는 기능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디자인을 추구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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