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검찰 100만달러 뇌물 수수후 자금세탁
변호인 측 “정당한 기술자문료”
뇌물로 받은 10억원대 자금을 미국내에서 돈세탁한 국내 지진전문가가 미 연방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18일(현지시간) 미국 법무부에 따르면 미 연방검찰은 지헌철(59) 전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을 100만 달러 이상 뇌물을 받고 자금을 세탁한 혐의로 연방법원에 기소했다. 지 전 센터장은 지질자원연구원 고위직으로 재직하면서 미국과 영국의 지질장비 제작사 2곳으로부터 금품을 받고 내부 정보 등을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검찰에 따르면 그는 2009~2015년 두 회사에 연구원의 장비 입찰 절차, 경쟁 업체 동향 등 기밀 정보를 제공하고 100만 달러 이상의 금품을 받았다. 그는 이 자금을 캘리포니아주 글렌도라 소재 은행의 개인 계좌로 송금했으며 이 중 절반은 뉴욕의 투자은행 계좌로, 나머지 절반은 한국 펀드에 입금했다. 미 검찰은 지 전 센터장이 회사 측에 이메일을 삭제하도록 하거나, 미 뉴저지주의 가짜 주소로 허위 송장을 보내도록 하는 등 다양한 수법으로 범죄를 은폐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지 전 센터장의 혐의에 대해 배심원 재판이 진행됐으며, 모두 6가지 자금 세탁 관련 혐의 중 1가지 혐의에 대해 배심원들의 유죄 평결이 나왔다. 법원에서 유죄가 인정될 경우 최대 10년 형이 선고된다.
지 전 센터장의 변호인 측은 “국내 지진 관측장비 현대화 과정에서 1999년 미국 지진계 제작사와 2003년 영국 제작사와 장비 도입을 위해 기술자문협약을 맺었다”며 “이는 지진 관측장비 국내도입에 따른 문제해결 등을 위한 기술자문의 정당한 대가”라고 해명했다. 연구원 측은 “2011년부터 기술자문료는 신고한 뒤 70%를 연구원에 귀속시키도록 돼있으나 신고하지 않았다”며 “연방 법원의 선고 결과에 따라 후속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로스앤젤레스 중앙지방법원은 20일 지 전 센터장의 구속 여부 심리 요청에 대한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서울대 자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 A&M 지구물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1994년부터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책임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 등을 지낸 대표적인 국내 지진 전문가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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