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오는 10월 말 시진핑(習近平) 2기 체제가 출범할 제19차 공산당대회를 앞두고 언론ㆍ사상 통제의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 반체제 인권운동가 류샤오보(劉曉波)의 사망은 이를 가속화하는 계기가 된 듯한 모습이다.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9일 “중국 방송규제기관이 당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집중 선전기간을 설정했으며 방송국들은 오락 프로그램이나 시대극 대신 시 주석의 개혁 성과를 다룬 정치다큐멘터리 방영을 권고받았다”고 보도했다. 해당 다큐는 지난 17일부터 중국중앙(CC)TV가 방송을 시작한 ‘끝없는 개혁 추진’이라는 제목의 10편짜리로 오는 28일까지 프라임 시간대인 주중 오후 8시에 편성됐다.
시 주석의 중요 연설과 그의 통치가 중국 사회의 개혁을 심화하고 인민의 삶을 향상시켰다는 내용의 이 다큐는 매회 방송이 나가고 나면 이튿날 CCTV는 물론 지역방송국과 온라인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재방송된다. 관공서와 터미널ㆍ기차역 등 공공시설에서도 다큐 방송이 의무화됐다. 관영 신화통신은 “시 주석을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이 이룬 개혁의 진전과 성취를 전면적으로 결산하고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당국은 지난 1일부터 모든 영화관에서 ‘영광과 꿈-중국몽’이란 선전영상도 의무적으로 상영하도록 했다.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이 주관한 3분41초짜리 이 영상은 시 주석이 강조해온 중화민족의 부흥을 주제로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시 주석 특집 다큐와 선전영상 등은 19차 당대회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이번 당대회에서 마오쩌둥(毛澤東)ㆍ덩샤오핑(鄧小平)에 버금가는 지위를 굳히기 위해 개혁의 아이콘이자 인민의 벗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려 하는 것이다.
중국 당국 체제 불안요소에 대한 가차없는 탄압도 병행하고 있다. 포털사이트와 검색엔진은 물론 사적 영역의 성격이 강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모바일 메신저 등에서까지 류샤오보 관련 소식과 정보를 삭제ㆍ차단하고 있다. 류샤오보의 부인 류샤(劉霞)가 ‘강제여행’ 조치에 취해졌다는 외신 보도, 지도층 비리 의혹을 제기한 궈원구이(郭文貴)에 대한 관영매체들의 무차별 비난 등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엔 공산당이 ‘아편’으로 규정한 종교 문제를 또 꺼내 들었다. 왕쭤안(王作安) 국가종교국 국장은 당 이론지 추스(求是) 기고문에서 “당원은 마르크스주의 무신론자로서 종교적 신앙을 가져선 안된다”면서 “종교집단 및 개인을 사회주의 핵심가치와 우수한 중국 문화로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의 기강을 다잡는 동시에 시짱(西藏ㆍ티베트)과 신장(新疆)위구르 등지의 분리주의 움직임에도 쐐기를 박겠다는 의미다.
베이징(北京)의 한 소식통은 “당대회를 앞두고 시 주석 찬양 분위기를 예상은 했지만 규모와 정도 면에서 훨씬 더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라며 “중국 지도부가 류샤오보 사망을 전후한 국제사회의 비판적 기류와 중국 젊은층의 관심 등에 강력 대응하는 기색이 역력하다”고 분석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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