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폭우 속에서 온종일 작업을 하다 숨진 도로보수원이 무기계약직이라는 이유로 공무상 순직을 인정받지 못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19일 충북도에 따르면 충북도로관리사업소 도로관리팀 소속 도로보수원인 박종철(50·사진)씨가 16일 오후 8시 30분쯤 청주시 오창읍 오창사거리에서 폭우로 파손된 도로 보수작업을 마친 뒤 갑자기 쓰러졌다 숨졌다. 동료 직원들이 쓰러진 박씨를 심폐소생술을 하며 급히 병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숨을 거뒀다.
청주에 장대비가 퍼붓던 이날 오전 6시 박씨는 비상소집령을 받고 출근했다. 갑자기 비가 쏟아져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과 내수면에서 “배수로를 뚫어달라, 차도에 물이 찼다”는 신고가 빗발쳤다. 아침밥도 챙겨먹지 못한 그는 동료 3명과 함께 오전 7시 10분부터 막힌 오창읍 공항대교 배수구를 뚫었다.
이어 오전 8시쯤 오창읍 지하차도로 향해 침수된 곳을 정리한 뒤 30분 뒤엔 내수읍 묵방 지하차도로 달려갔다. 이 때는 청주에 시간당 90mm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지던 중이었다. 계속된 배수작업으로 점심도 챙겨 먹지 못한 박씨는 오후 6시까지 쉴새 없이 작업을 했다.
박씨는 오후 8시가 넘어서야 겨우 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러나 차량 안에서 옷을 갈아입고 밤 비상근무에 대비하던 박씨는 의식을 잃은 채 동료에 의해 발견됐다. 병원측은 박씨의 직접 사인을 심근경색으로 봤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가 제대로 식사도 못한 채 온종일 힘든 작업을 하다 과로로 쓰러진 것 같다”고 했다.
장대비를 무릅쓰고 도로보수 작업을 하다 숨진 박씨지만 공무상 순직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무기계약직 공무원은 정년은 보장되지만, 공무원연금법 적용을 받는 완전한 공무원 신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무원연금법 등에는 ‘공무원이 재난·재해현장에 투입돼 인명구조·진화·수방 또는 구난 행위 중에 사망하면 순직 공무원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또 순직 공무원은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유공자가 될 수 있다는 규정도 있다.
하지만 수해 현장에서 변을 당한 박씨는 이런 대우를 하나도 받을 수 없다. 일반직 공무원이 아닌 이유로 그에게 지급되는 보상은 충북도청 전 직원이 가입한 단체보험 사망 위로금이 전부다. 충북도가 무기계약직을 대상으로 가입한 산재보험은 근로복지공단의 심사에서 산재로 인정받는 절차가 필요하다.
박씨는 2001년 도로관리사업소에 들어와 도로에 생긴 포트 홀(pot hole)을 메우거나 배수로 정리 등을 담당해왔다. 그는 중학생 딸과 홀어머니와 함께 사는 세 식구의 가장이었다.
충북도로관리사업소 김성식 팀장은 “성실하고 묵묵히 일했던 박씨가 갑작스럽게 운명을 달리해 안타깝다”며 “누구보다 앞장서 도로보수 작업에 매진했던 박씨 가족에게 합당한 처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충북도는 박씨가 공무 중 사망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관계법 때문에 공상을 인정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도 관계자는 “인사혁신처에 문의한 결과 무기계약직은 공무원연금법 적용 대상자가 아니라는 답을 받았다”며 “가능한 모든 방안을 동원해 박씨 유가족을 도울 방침”이라고 말했다.
충북에는 박씨와 같은 무기계약직과 기간제 직원이 각각 215명, 424명 있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자치단체에 근무하는 무기계약직은 5만 2,900여명, 기간제는 4만 400여명에 달한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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