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땐 공무원 증원 공약
여당 “文 정부가 하니 반대하나”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의 핵심 난관인 공무원 증원은 야 3당의 지난 대선 공약에도 포함된 내용인 것으로 드러나 ‘발목잡기’ 논란이 일고 있다.
19일 야 3당의 대선 공약집에 따르면, 홍준표 자유한국당ㆍ안철수 국민의당ㆍ유승민 바른정당 전 대선 후보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각각 경찰과 사회복지사, 소방관 증원을 앞다퉈 약속했다. 홍 전 후보는 대선 당시 “도보순찰 등 치안활동 강화를 위해 7,000명, 사이버 과학수사와 활동 등에 3,000명 등 1만여명의 경찰 인력을 추가로 증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소방공무원 1만7,000명, 특수교사 4,000명도 충원해 공공부문 일자리를 확충하겠다”고도 했다. 문재인 정부가 추경을 통해 추진하려는 공무원 1만2,000여명 증원보다 세 배 가까이 많은 공무원을 늘리려 했다는 얘기다.
안 전 후보는 사회복지 분야 공무원 확충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공약집을 통해 “사회복지고용공단을 신설해 기존 돌봄서비스 종사자를 직접 공무원으로 고용하겠다”며 광역단위의 공단 설치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제정을 약속했다. 유 전 후보는 “소방 현장인력을 1만7,000명 수준으로 충원하겠다”며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도 제정해 특수교사 충원율을 90% 이상으로 확충하겠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야 3당 국회예결위 간사는 이날 기자회견문을 내고 “새 정부는 정부 출범 20일 만에 무려 1만2,000명을 금년이 다 가기 전에 새로 더 뽑겠다고 한다”며 “대한민국은 공무원의 나라가 되고 말 것”이라고 추경안 처리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공무원 증원 규모에 대한 입장이 다를 수는 있어도 증원 필요성 자체에 대해서는 야당들도 대선 때 공감했던 만큼 좀 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선 공약집의 잉크도 안 말랐다. 홍준표ㆍ안철수ㆍ유승민은 괜찮고 문재인은 안 된다는 거냐”고 성토했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이날 오전 물밑 접촉을 벌였지만, “본 예산의 목적예비비를 사용하는 방식이라면 공무원 증원에 동의하겠다”던 국민의당이 이날 다시 반대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접점 찾기에 실패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는 물 관리 일원화 문제를 후순위로 미루면서 활로를 찾았다.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문재인 정부의 물 관리 일원화 시도가 사실상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을 정조준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강경한 반대 입장을 유지하자, 민주당이 한 발 물러선 것이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를 열어 물 관리 일원화 부분을 제외하고 추경안과 별도로 정부조직법을 우선 처리하기로 뜻을 모았다.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들은 20일 오전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논의한 뒤 오후 본회의를 개최해 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정치권에선 정부조직법 개정안 문제와 달리 추경안 논의는 여전히 여야 입장 차이가 큰 만큼 7월 임시국회가 끝나는 내달 2일까지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성지원 인턴기자(고려대 사회학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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