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부 장관 후보 청문회
“기밀 취급 발전원가 국민에 공개
원전 단가 상승, 신재생은 하락
한미FTA 협상은 한국서 할 것”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장관에 취임하면 발전원가를 국민에게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백 후보자는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발전원가 미공개 등으로 발전원별 전력 가격이 호도되고 있다”는 송기헌(더불어민주당) 위원의 지적에 대해 “발전원가를 투명하게 공개해서 국민들의 알 권리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원자력발전소에 대해선 “5~10년 뒤 미래 상황을 고려한 전력 가격을 바탕으로 건설해야 하는데, 지금은 이런 논의가 빠져 있어 안타깝다”며 사회적 비용 반영 필요성을 피력했다.
발전원가는 발전소에서 전력을 생산하는데 드는 비용이다. 발전사는 발전원가에 일정 규모의 이익을 더해 한국전력에 판매하고, 한전은 이를 근거로 소비자들의 전기요금을 매긴다. 결국 발전원가가 에너지 정책 수립의 기본 자료인데도 발전사들이 영업 기밀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아 사회적 갈등의 주요 원인이 돼왔다.
백 후보자의 이날 발언은 문재인 정부의 발전용 연료 세제 개편 계획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위험이나 갈등 요소 등을 포함한 각종 사회적 비용과 발전원가를 모두 고려하고 연료별 세금을 현실화한다면 원전이 결코 싼 발전원이 아니라는 백 후보자의 인식이 청문회를 통해 명확히 나타났다는 평가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전기요금 인상이 예상된다는 김정훈(자유한국당) 위원의 질의에 대해서도 백 후보자는 “앞으로 5년 새 전기요금 인상은 거의 없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답했다. “거시적 동향을 보면 원전은 전력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신재생발전의 가격은 계속 감소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유섭(자유한국당) 위원은 그러나 “지난 2월 주형환 현 산업부 장관이 국회에서 우리나라가 현재의 산업생태계와 생활수준을 유지하려면 원전 없이는 에너지 충당이 불가능하다고 했다”며 “신재생발전으로 전력수요를 감당할 수 있겠나”라고 다그쳤다. 이에 대해 백 후보자는 “시대적 정신이 바뀌었다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과거 신재생발전은 불확실성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곧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로 수요를 예측하고 그에 맞는 공급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이런 세계적 흐름에 지금 동참하지 않으면 많은 부분을 놓치게 된다”고 덧붙였다.
백 후보자는 이날 최근 논란이 된 신고리 5ㆍ6호기 건설 일시 중단 절차의 정당성에 대해서도 위법 소지가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다만 “장관이 되면 신고리 5ㆍ6호기 공사와 관련한 여론 수렴 등 민주적 절차에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특별공동위원회를 워싱턴DC에서 개최하자고 우리 정부에 요구해온 데 대해 이훈(더불어민주당) 위원이 “한국에서 하자고 할 용의가 있느냐”고 묻자 백 후보자는 “산업부 입장은 그렇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통상 경험이 전무하다는 위원들의 지적에 대해 백 후보자는 “산업과 에너지를 유기적으로 연결해서 통상을 챙길 수 있다”는 답변을 내놓아 손금주(국민의당) 위원에게서 모호하다는 질책을 받았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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