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라ㆍ뱅크오브아메리카 등
“물가 상승까지 이어질 듯” 전망
한국의 최저임금 인상이 단기적으로 실업률을 높이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도 앞당길 수 있다는 국제 투자은행(IB)들의 전망이 제기됐다.
19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아시아 최대 IB인 일본 노무라는 지난 17일 보고서에서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리스크가 한시적으로 실업률을 높일 것”으로 진단했다. 노무라는 당초 내년 실업률을 3.8%로 전망했었지만 이번 보고서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으로 타격을 입는 소매업이나 중소기업이 고용을 줄일 수 있어 당분간 실업률이 오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구체적인 실업률 수치는 제시하지 않았다.
최저임금 인상이 물가와 기준금리에도 영향을 끼칠 거란 분석도 나왔다. 노무라는 “한국의 최저임금은 200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대비 39% 수준에서 지난해 78%까지 상승해 현재 미국의 82%, 일본의 80% 수준에 다다랐다”며 “최저임금이 추가 인상되면 임금 상승분이 상품ㆍ서비스 가격에 영향을 미치면서 전반적인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무라는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자사의 기존 전망치(올해 1.9%ㆍ내년 2.0%)보다 다소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도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기업들이 이를 제품 가격에 반영해 가격을 올릴 것”이라며 물가상승률 인상을 점쳤다.
IB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물가상승률이 높아질 경우,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앞당기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은은 이달 13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배경으로 ‘당분간 물가상승 압력이 크지 않은 점’을 든 바 있다. 하지만 권영선 노무라증권 연구원은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아질 경우 한은의 금리인상 시점이 내년 하반기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노무라는 그간 한국은행이 내년 하반기 한 차례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도 최근 보고서에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이는 한은의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입장을 더욱 강화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6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6,470원) 대비 16.4% 오른 7,530원으로 결정했다. 이는 2001년(16.6%)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정부는 또 30인 미만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내년 3조원의 예산을 투입해 최근 5년 평균 최저임금 인상률(7.4%)을 넘는 초과인상분을 지원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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