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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에 부는 ‘노풍’...태극마크까지 접수?

입력
2017.07.19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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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이동국(왼쪽)과 수원 염기훈. 프로축구연맹 제공
전북 이동국(왼쪽)과 수원 염기훈. 프로축구연맹 제공

프로축구에 ‘노풍(老風)’이 불고 있다.

축구 선수로는 환갑에 해당하는 1979년생, 만 서른여덟의 이동국(전북 현대)이 건재하고 염기훈(34ㆍ수원삼성)의 왼발 킥은 날이 갈수록 녹슬기는커녕 더욱 예리해지고 있다. ‘잊혀진 천재’ 박주영(32ㆍFC서울), 그와 동갑인 이근호(강원FC)도 헌신적인 플레이로 박수를 받고 있다.

‘베테랑의 분전’이 더 관심을 끄는 건 한국 축구가 A매치 2연전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8월 31일 이란(홈), 9월 5일 우즈베키스탄(원정)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9,10차전을 치른다. 9회 연속 본선 진출 여부가 이 두 경기에 달렸다. 최근 빠짐없이 K리그 경기장을 찾는 신태용(47) 신임 대표팀 감독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경기력에 도움이 된다면 노장들도 적극 발탁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동국은 클래식(1부) 21라운드까지 3골 1도움을 기록 중이다. 교체 10번, 선발 4번이다. 분명 그의 이름값에 걸맞지 않은 출전 시간, 기록이다. 하지만 수치로 드러나지 않는 플레이가 명품이다. 지난 16일 상주상무전에서 보여준 감각적인 로빙 슈팅, 환상적인 발리 슈팅은 비록 득점은 안 됐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란 말을 실감케 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까지 브라질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왼발의 달인’ 히바우두(45). 상대 골키퍼들은 “히바우두가 때린 왼발 중거리 슈팅은 다른 선수들의 페널티킥보다 더 위력적이다”고 무서워했다. K리그에서는 염기훈의 왼발이 상대 수비수, 골키퍼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2015년(17개)과 2016년(15개) 연속 도움왕을 차지한 그는 최근 두 경기 연속 도움을 올리며 올 시즌도 7도움(3골)으로 김영욱(26ㆍ전남 드래곤즈), 윤일록(25ㆍ서울) 등 까마득한 후배들과 공동 1위다. 염기훈은 2005년 프로 데뷔 후 총 95도움으로 전인미답의 ‘100도움’에 단 5개만 남겨놓고 있다. 염기훈에 이은 프로축구 통산 도움 2위가 한국 무대를 떠난 몰리나(37ㆍ전 서울ㆍ69개), 3위가 신태용 감독(68개)이니 그의 도움 레이스가 얼마나 대단한 지 알 수 있다.

이근호(왼쪽)와 박주영. 프로축구연맹 제공
이근호(왼쪽)와 박주영. 프로축구연맹 제공

이근호는 21라운드 현재 4위에 올라 있는 강원 돌풍의 주역이다.

작년 챌린지(2부)에서 승격한 강원은 올 시즌 국가대표급 선수를 여럿 영입했는데 이 중 이근호의 활약이 단연 눈부시다. 그는 5골3도움을 기록 중인데 더 놀라운 건 팀의 21경기에 모두 나서 교체투입 1번, 교체아웃 1번을 제외하고 모두 풀타임 뛰었다는 사실이다. 매 경기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 플레이로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박주영은 올 시즌 부상 등으로 제 컨디션이 아니다. 지금까지 평균 출전 시간이 50분 남짓으로 엄밀히 말해 ‘비주전’이다. 하지만 지난 2일 전북전 결승골, 16일 제주 유나이티드전 선제골 등 고비마다 해결사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또한 팀의 부주장으로 선수단을 똘똘 뭉치게 하는 리더십으로 황선홍(49) 서울 감독을 미소 짓게 만든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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