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근로감독에 1278건 적발
사법처리는 고작 17건
99%는 미지급금 내고 종결
지난 해 고용노동부가 현장 근로감독에 나서 적발한 최저임금 위반 사례는 모두 1,278건. 하지만 이중 실제 사법처리로 이어진 건 달랑 17건이었다. 100건 중 1건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나머지 99% 가량은 모두 내사 종결 처리됐다. 고용부 관계자는 18일 “대부분 최저임금 미지급분을 지급하라는 시정명령을 이행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고용부의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에 따르면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이 최초 적발 시 즉시 시정(미지급 임금 지급)할 경우 입건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3년 내 재적발 시에만 사법처리하도록 돼 있다. 그러니까 이 17건은 3년 내 재적발이 됐거나 시정명령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경우다. 고용부측은 “집무규정은 검찰과 협의해 만든 것으로 피해자의 권리구제를 우선하기 때문에 사법처리 비율이 낮게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영세사업체의 경영 애로를 감안한 유연한 근로감독도 또 다른 이유로 꼽힌다. 지난해 최저임금 위반으로 사법처리된 대다수(896건)는 근로자가 직접 신고한 경우다.
이 통계는 왜 최저임금법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이 도처에 널려있는지를 보여준다.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 중에 최저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근로자 비중은 15%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행은 올해 최저임금 미달 근로자가 313만명에 달하며 이 비중이 16.3%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고, 최저임금위원회는 2015년 기준으로 222만명, 비중으로는 11.5%에 달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대부분 위반 금액이 소액이라 형사처벌이 어렵고 적발돼도 미지급금만 내면 돼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이 횡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 감독에 나설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5월말 기준 근로감독관의 수는 2013년에 비해 53명 증가한 1,290명이지만, 이들이 담당해야 할 사업장 수는 2013년(160만7,030개)에 비해 15.9% 증가한 186만3,572개다. 1인당 무려 1,444개 꼴이다. 그러니 ‘3년 내 재적발’ 조항도 유명무실할 수밖에 없다.
엉성한 그물망에 걸리더라도 처벌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미약하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발간한 ‘2017년 주요 국가의 최저임금제도’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은 위반 사업주가 유죄 판결 시 고용주 대표자격을 무려 15년 동안 박탈한다. 독일은 최대 50만유로(6억4,92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고, 네덜란드는 최대 4만유로(5,195만원)지만 5년 내 재적발 시 벌금을 두 배로 부과한다. 미국은 최저임금 위반 사업주는 근로자에게 손해배상금 형태로 미지급금의 두 배를 줘야 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최저임금 위반 시 징역 3년 이하 또는 벌금 2,000만원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는데, 위반금액이 대부분 소액이니 사법처리가 되는 경우에도 징역형은 거의 없고 아주 미미한 수준의 벌금형이 내려지는 게 보통이다. 현재 국회에 최저임금 위반 시 징벌적 배상을 하도록 하는 법안이 여러 건 계류 중인 것도 이 때문이다.
이승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현재의 근로감독관 수를 대폭 늘리는 것은 물론 사업주가 가장 두려워하는 징벌적 성격의 과태료 즉시 부과 등 경제적 제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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