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를] 도심 속 휴가 ‘스테이케이션’ 모텔이 딱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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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를] 도심 속 휴가 ‘스테이케이션’ 모텔이 딱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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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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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잡한 관광지 대신

어린 자녀 관리하기 쉽고

놀거리 많은 모텔 인기

2030은 ‘나홀로 모텔 방콕’도

서울 역삼동 ‘H에비뉴 역삼점’에는 객실과 연결되는 루프탑 공간에 글램핑 시설이 갖춰져 있어 캠핑과 바비큐 파티를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명소로 꼽힌다. 야놀자 제공

지난 12일 첫 방송된 SBS 파일럿프로그램 ‘남사친 여사친’에서는 친구 사이인 남녀가 대표적인 휴양지 태국 푸켓 카오락으로 여행을 떠나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객실 창틀 넘어 끝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와 테라스마다 갖춰진 고급 수영장, 향초와 장미꽃으로 꾸며진 고풍스런 침실까지 여행예능을 콘셉트로 한 방송은 휴가철을 맞은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남의 여행에 눈의 호사를 즐기다가 곧바로 의문이 생긴다. ‘저 경치에 저만한 숙소까지 잡으려면 비행기 값부터 해서 도대체 얼마나 들까?’ 그러다 ‘휴가지는 물가도 비싸고 인파에 치여 피곤하기만 할 것’이라고 위안하며 이렇게 결론 내린다. ‘이불 밖은 위험해.’

최근 휴가나 명절 때 고향, 국내외 여행지를 찾는 대신 이른바 ‘스테이케이션’을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다. 스테이케이션은 ‘체류하다’(Stay)와 ‘휴가’(Vacation)를 결합한 말로, 집이나 가까운 숙박 시설에 머물며 휴식을 취하는 것을 뜻한다. 스테이케이션은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없어 장거리 휴가를 포기한 사람들과 휴가 기간까지 일정에 치여 정신 없이 보내는 것을 원치 않는 이들에게 각광받는 개념이다.

스테이케이션이 확산하면서 전국 3만개에 이르는 모텔의 위상도 달라지고 있다. 수년 전만 해도 스테이케이션 열풍의 중심에는 특급호텔이 있었지만, 요즘에는 당장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떠날 수 있는 모텔이 주인공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천 구월동의 모텔 ‘느낌’. 복층 구조로 구성된 객실 2층에 있는 널찍한 개별 수영장에서 햇살을 받으며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위드이노베이션 제공

3세, 4세 연년생 자녀를 둔 주부 장모(36)씨는 이달 초 인천 구월동의 한 모텔에서 이른 여름 휴가를 보냈다. 틈만 나면 아이들이 물놀이를 외치지만, 남편은 추석 연휴와 붙여 연차를 쓸 계획이라 혼자 두 아이를 책임져야 하는 장씨의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고민 끝에 객실 내에 수영장을 갖춘 곳을 고른 장씨는 “모텔 치고는 가격(20만원대)이 부담스러웠지만 방 안에 수영장이 있는 곳을 처음 봐서 호기심에 묵었다”며 “아이들이 노는 동안 누워서 TV를 보며 쉴 수 있었고, 놀다가 씻기기도 편해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처럼 모텔로 피서를 떠나는 ‘방콕족’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집에서 뒹굴 바에야 각종 놀이 시설이 있고 청소나 전기료 걱정이 없는 모텔에서 쉬는 게 낫다는 이유에서다. 격무로 녹초가 될 때 한 번씩 모텔에 투숙하며 재충전한다는 직장인 김진호(29)씨는 “멀리 가지 않고도 휴가 기분을 낼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지난해 위드이노베이션 조사 결과 김씨처럼 혼자서 스테이케이션을 즐겼다는 남성은 100명 중 41명, 여성은 21명 정도였다. 위드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나홀로 스테이케이션족’의 대부분은 2030 세대이며, 가격대가 높은 호텔보다는 깔끔한 모텔을 찾는 비중이 높다”고 전했다.

모텔 스테이케이션족이 증가하는 건 휴가 소비 방식의 다양화와 관련이 깊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해외 여행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히 대세를 따르기 보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휴가를 보내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여름휴가 때 멀리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젊은 직장인들이 서울 갈월동 더 디자이너스 호텔 서울역점에서 파티를 즐기고 있다. 홍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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