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 리스크로 1위→3위
한국은 1계단 오른 21위로
한 국가의 ‘매력 지수’를 의미하는 ‘소프트파워’ 평가에서 프랑스가 1위를 차지했다. 젊은 수장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등장과 함께 국제사회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프랑스의 힘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한국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등 정치적 불안정성에도 불구, 양성평등과 디지털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지난해보다 1단계 상승한 21위에 올랐다.
17일(현지시간) 영국 홍보업체 포틀랜드 커뮤니케이션스와 미국 남캘리포니아대 공공외교센터가 공동 발표한 ‘2017 소프트파워 30’ 지수 보고서에서 프랑스는 종합점수 75.75점을 받아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5위에서 순위가 껑충 뛰었다. 뒤를 이어 영국(75.72)과 미국(75.02), 독일(73.67), 캐나다(72.90) 등이 상위권을 형성했다.
소프트파워는 군사력과 경제력 등 물리적 측정이 가능한 ‘하드파워’에 대비되는 개념이다. 조지프 나이 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가 처음 사용한 용어로 현대사회에서 문화, 예술 등 인간의 이성 및 감성에 기반한 창조물이 하드파워보다 국력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는 이론에서 따왔다. 미국과 대립하는 나라에서도 할리우드 영화에는 열광하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올해로 3년째 발표된 소프트파워 30 지수는 세계 30개국을 대상으로 현지 여론조사와 다양한 측정 자료를 토대로 수치를 집계한다. 정부 효율성과 외교정책 등 거시 항목은 물론 거리 치안, 디지털 참여도, 경제혁신 수용 능력 등 광범위한 평가가 이뤄진다. 심지어 미슐랭가이드에서 별을 받은 식당이 몇 개인지도 항목에 들어 있다.
프랑스의 1위 등극은 ‘마크롱 효과’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중도를 기치로 4월 대선과 6월 총선에서 잇따라 압승한 마크롱 대통령은 국제사회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당당하게 맞서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소통이 중시되는 외교무대에서 프랑스의 방대한 네트워크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고 진단했다.
상대적으로 미국과 영국의 부진은 프랑스를 돋보이게 하는 데 한 몫했다. 1년 만에 1위 자리를 내놓은 미국은 분열을 부추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수사가 거듭되면서 신뢰도에 타격을 입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를 발표한 후 여론조사가 이뤄졌으면 미국의 평판은 더욱 훼손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놓고 유럽 국가들과 불화를 겪고 있는 점 등이 감점 요인이 됐다.
한국은 성평등과 민주주의 정착을 위해 부단히 노력한 점을 인정받았다. 또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환경 등 디지털 점수는 상위 5위 안에 들었다. 보고서는 “국제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부패 스캔들에도 한국의 순위가 상승한 점이 놀랍다”며 “진취적이고 참여를 중시하는 새 정부 출범으로 디지털부문에서 보다 큰 성과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위권인 터키(30위)와 브라질(29위), 중국(25위) 등은 공고한 권위주의 체제 탓에 낮은 평가를 면치 못했다. 나이 교수는 “이번 조사 결과는 글로벌 영향력의 균형추가 언제든 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아시아의 힘은 지속적으로 증가한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나홀로 행보’를 고수하는 한 미국의 소프트파워는 계속 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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