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공원에서 쇼 하던
남방큰돌고래 2마리
야생 적응훈련 57일 만에
가두리 벗어나 자연으로
18일 오후 3시13분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제주시 함덕리 정주항 해상 가두리 수중 그물이 열렸다. 7분가량 남방큰돌고래 대포(23, 24세 추정)와 금등이(25, 26세 추정)는 가두리 안을 맴돌며 직경 22m 가두리에서 유영했다. 3시20분 대포가 먼저 바닷속으로 헤엄쳐 나갔고 금등이는 머뭇거리다 가두리를 빠져나갔다. 금등이는 못내 아쉬운 듯 가두리를 들락날락했다. 3시28분쯤 배들은 철수했고 20여분을 더 머물고서야 금등이는 힘차게 바다로 헤엄쳐 갔다.
1997년과 1998년 제주 중문 대포동 앞바다와 한경면 금등리에서 불법 포획된 금등이와 대포는 제주의 퍼시픽랜드에서 공연에 동원되다 1999년과 2002년 서울대공원 동물원으로 옮겨진 후 20년 만에 자유로운 몸이 됐다. 5월 22일 가두리로 이동한 지 57일 만이다. 금등이와 대포는 다양한 활어먹이훈련뿐 아니라 제주 바다의 바람, 수온, 파도에 적응해 왔으며, 관리자들도 최소한의 접촉만을 해왔다.
특히 7월 18일은 제돌이와 춘삼이가 2013년 아시아 처음으로 자연 방류된 바로 그 날이다. 4년이 흐른 뒤 같은 날에 또 다른 돌고래들이 자연으로 돌아가게 됐다. 삼팔이는 6월 22일 태풍에 찢긴 가두리 그물 틈을 미리 빠져나갔다. 이로써 2015년 태산이와 복순이의 방류를 포함해 제주로 돌아간 돌고래는 모두 7마리가 됐다. 서울대공원과 해양수산부, 동물단체들은 드론을 띄워 공중촬영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금등이와 대포와 함께해 온 서울대공원 박창희 사육사는 “이제 정말 끝이구나 생각을 하니 시원섭섭하다”며 “고향으로 돌아가 잘 살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금등이와 대포의 등지느러미에는 각각 숫자 6, 7이란 동결표식이 보였다. 그동안 방류 돌고래에게 위성항법장치(GPS)를 달기도 했지만 수중 위로 떠오를 때만 추적이 가능해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에 금등이와 대포에는 달지 않았다. 앞으로 3개월 이상 생태 전문가들의 모니터링을 통해 자연적응 상태 여부를 파악하게 된다. 김병엽 제주대 돌고래연구팀 교수는 “야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먹이활동인데 두 마리 모두 야생적응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류 행사는 빗줄기 속에도 서울시와 해수부, 동물보호단체로 구성된 돌고래 바다쉼터 추진시민위원회, 제주도, 함덕리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날 오후 2시 가두리가 설치된 부근 해안가에서 열렸다. 행사의 끝으로 ‘고향바다의 품으로 금등^대포’라고 새긴 표지석 제막식도 가졌다. 50년간 해녀로 활동하고 있다는 문분자 할머니는 방류행사에 참석해 “예전에는 돌고래를 가까이서 보기도 했는데 엔제부턴가 보이지 않는다”며 “바다에 방류된 돌고래들을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방류 환영행사에 앞서 돌고래 바다쉼터 추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금등이와 대포의 완전방류를 축하했다. 하지만 아직도 국내 수족관에는 39마리의 돌고래가 갇혀 있으며, 해외에서 수입돼 원서식지로 방류가 불가능하다면 최대한 바다와 같은 환경에서 돌고래를 돌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 국내 수족관에 사는 야생 남방큰돌고래는 제주 퍼시픽랜드의 비봉이만 남게 된다. 이들은 이날 김영춘 해수부 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 앞으로 바다쉼터 건립 요청서를 전달했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바다쉼터 건립이 먼 얘기만은 아니다”며 “정부는 더 이상의 돌고래 수입을 제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제주=고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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