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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에 美제품 모아놓고… ‘트럼프 애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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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에 美제품 모아놓고… ‘트럼프 애국쇼’

입력
2017.07.18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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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에 피해 주는 나라 용납 안해”

무역흑자국에 사실상 선전포고

실제로 NAFTA 개정 협상에

‘환율 조작 금지’ 명시하기도

“이방카 회사엔 왜 미국산 없나”

美여론조차 지나친 애국심 힐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제품 쇼케이스’ 행사 도중, 루이지애나주 소재 마루치(Marucci)사가 제작한 야구배트를 들고 스윙 자세를 취하고 있다. 오른쪽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제품 쇼케이스’ 행사 도중, 루이지애나주 소재 마루치(Marucci)사가 제작한 야구배트를 들고 스윙 자세를 취하고 있다. 오른쪽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미국에 피해를 주는 다른 나라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대미 무역흑자를 보고 있는 국가들을 향한 사실상의 선전포고로 그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가 갈수록 노골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메이드 인 아메리카(Made in America) 제품 쇼케이스’ 주간 첫날을 맞아 “다른 국가들이 규칙을 깨고, 우리의 직업을 훔치고, 우리의 부를 빼내는 것을 더 이상 허용치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50개 주에서 생산된 제품들을 백악관 남쪽 잔디광장에 전시한 이번 행사는 미국 제조업을 살리고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마련됐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산 제품 홍보’ 차원을 넘어, “미국의 이익을 다른 나라가 빼앗아 가고 있다”고 거침없이 강경 발언을 쏟아낸 셈이다.

미국산 대형 트럭과 트랙터, 야구 배트와 골프채 등이 한데 모인 이 날 행사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연으로 나선 ‘애국 쇼’나 다름없었다. 텍사스산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루이지애나산 야구 배트를 휘두르며 ‘홍보맨’을 자처한 그는 “메이드 인 아메리카를 썼던 옛날을 기억하는가”라고 물은 뒤, “그걸 다시 시작하겠다. 우리 제품에 그 브랜드를 다시 붙이겠다. 최고라는 의미이니까”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산 제품을 구입하면, 이곳(미국)에서 이익을 얻고 매출과 일자리도 이 곳에서 생긴다”라면서 이는 애국주의와 국가안보를 위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수십 년간 워싱턴은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통해 미국인 수백만명을 (일자리에서) 몰아냈다”며 “우리는 우리의 노동자들과 기업들을 지지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거 미국 행정부를 비난하는 동시에 미국 우선주의에 따른 보호무역을 대폭 강화할 뜻을 내비친 것이다. 그는 행사 도중 대형 소방트럭 운전석에 올라 카메라를 향해 손을 들어 보이고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면서 “어디서 불이 났느냐? 내가 빨리 끄겠다”고도 했다. 농담이긴 하지만, 자신이 무역적자라는 화재를 잡는 ‘소방수’ 역할을 하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방침은 미 무역대표부(USTR)가 이날 발표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 가이드라인’에서 곧바로 현실화하고 있다. 17쪽짜리 가이드라인에는 “상대국이 불공정한 상대적 이익을 누릴 수 있는 환율 조작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NAFTA 재협상 목표 가운데 하나로 제시돼 있다. 멕시코ㆍ캐나다에 대한 자국 수출품의 접근성을 개선, 미국의 무역적자를 축소하는 핵심 방안으로 ‘환율 조작 금지’를 명시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행보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캐나다와 멕시코는 환율조작국으로 여겨지지 않는데도, NAFTA 개정 가이드라인에서 이런 언급을 한 것은 한미 FTA 개정 협상 등 미래의 무역협상을 위한 본보기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나친 애국쇼에 대한 미국 여론은 호의적이지 않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이 최상의 솜씨로 제품을 만든다면, 왜 이방카(트럼프의 딸)의 회사에는 미국에서 만드는 제품이 없나”라면서 “트럼프의 메이드 인 아메리카 주간은 위선적 농담”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가문이 소유한 의류 브랜드가 중국이나 방글라데시, 멕시코 등 외국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현실을 비꼰 것이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7일 백악관 남쪽 잔디광장에 마련된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전시장을 찾아, 미국산 소방차에 올라 “내가 불을 끄러 가겠다”고 농담을 하며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7일 백악관 남쪽 잔디광장에 마련된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전시장을 찾아, 미국산 소방차에 올라 “내가 불을 끄러 가겠다”고 농담을 하며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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