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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빵집 사장님의 한숨, 최저임금 탓만은 아니다

입력
2017.07.1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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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본사, 매출 절반 가져가

높은 임대료도 또 다른 압박

“최저임금 부담은 결국 점주의 몫”

“소상공인 위기는 임금이 아닌

불공정한 가맹 계약의 문제

최저임금 지원 앞서 구조 바꿔야”

17일 서울의 한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앞서 15일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6,470원)보다 16.4% 인상한 7,530원으로 확정했다. 연합뉴스
17일 서울의 한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앞서 15일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6,470원)보다 16.4% 인상한 7,530원으로 확정했다. 연합뉴스

서울 도심에서 P브랜드 빵집을 운영하는 김모(62)씨의 매장은 하루 매출이 200만원, 월 6,000만원이 넘는다. 하지만 김씨가 손에 쥐는 돈은 고작 380만원에 불과하다. 완제품이나 생지(반죽), 커피 등 본사에서 물품을 구입하는 데 쓰는 돈이 매출액의 58%인 3,480만원에 이른다. 김씨는 17일 “매달 본사에 내는 로열티는 별도로 없지만 본사에 내는 재료비에 사실상 포함돼 있는데다 이 비중이 워낙 커서 가족의 노동으로 인건비를 절약하지 않는 이상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전해진 최저임금 인상 소식에 이렇게 한탄했다. “최저임금이 올라서 점주들이 힘들어지면 본사에서 가져가는 몫을 줄여주는 것이 정상이잖아요. 하지만 본사는 그대로 가져간다는 거죠. 충격을 점주들이 모두 떠안아야 하는 이런 구조적 문제가 개선돼야 하는 것 아니겠어요?”

내년도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16.4% 오르면서 소상공인들의 시름이 크지만, 골목상권을 장악하고 있는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의 비용구조를 뜯어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본사(가맹본부) 납입금, 임대료 등이 인건비 부담을 압도한다. 최저임금이 소상공인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는 측면이 다분한 셈이다.

한국일보가 주요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매출ㆍ비용 구조를 분석해 본 결과, 프랜차이즈 피자 전문점 역시 매출에서 본사에 내는 돈이 절반 가까이에 달했다. 인천 지역 P브랜드 피자 가맹점의 월 매출은 1,250만원 가량. 매달 재료비(550만원)와 광고비(33만원)로 583만원 가량을 본사에 내고 있다.

물론 가맹본부 측은 “재료비에는 수수료 개념이 전혀 포함돼 있지 않으며 순수 원가일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본사에 내는 재료비가 부풀려졌다는 의심은 가맹점주들 사이에 파다하다. 실제 지난해 서울시의 ‘프랜차이즈 필수구입물품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 피자 프랜차이즈 본사가 10kg당 9만1,000원에 가맹점에 공급하는 D사 모짜렐라 치즈의 시중가격은 7만3,000원이었다. 권성훈 피자에땅 가맹점주협의회 총무는 “프랜차이즈는 본래 영업노하우를 전수해 로열티를 받고, 재료는 공동구매 해 원가를 절감해줘야 하는데 현실에서는 가맹점주들이 비싼 값에 재료를 구입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 한달 매출 및 주요 비용 구조
프랜차이즈 가맹점 한달 매출 및 주요 비용 구조

이런 현실은 김밥 전문점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경기지역에서 B브랜드 김밥집을 운영하는 박모(48)씨는 월 매출이 3,000만원에 달하지만 순수익은 300만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라고 했다. 본사에 식자재 재료 구입비로 1,200만원 가까운 돈을 내는 탓이다. 주방에 3명, 홀에 1명 등 4명을 고용하는 데 드는 인건비 780만원과 임대료 300만원을 모두 합친 금액보다도 많다. 박씨는 "오이나 당근도 시중보다 비싸게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부당하게 느껴진다"며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신선야채는 인근지역에서 구입해 비용을 아끼고 있지만 본사 정책에 맞지 않기 때문에 고민"이라고 말했다.

편의점 역시 수수료 부담에 허덕이기는 마찬가지다. 김모(55)씨는 서울 번화가에서 아내와 함께 월 매출 6,000만원 안팎에 달하는 C브랜드 편의점을 운영한다. 이쯤 되면 업계에선 ‘대박 편의점’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들 부부의 순수익은 월 370만원 정도다. 김씨 부부가 재료비(물류대ㆍ3,700만원)와 수수료(450만원) 명목으로 본사에 매달 내야 하는 돈은 4,150만원 가량. 재료비에 포함된 사실상의 수수료를 제외하더라도 명목상의 수수료가 아르바이트생 3명을 고용해 쓰는 인건비(610만원)에 거의 육박한다.

이용기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한국프랜차이즈 경영학회장)는 “프랜차이즈는 가맹점주들이 경영노하우를 모르니 로열티를 지불하도록 설계된 제도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지적재산권에 대한 이해가 적어 로열티 지급 방식의 계약을 꺼린다”며 “로열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과도한 물류비 부담 없이 본부와 가맹점주 사이에 적정이윤을 책정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임대료도 본사납입금에 이어 주요한 압박이다. P빵집은 임대료(800만원)가 제빵기사(330만원)와 아르바이트생 4명의 인건비(560만원)와 비슷하다. 서울 강남에서 330㎡의 대규모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김모(58)씨 매장도 한 달 인건비(1,200만원)보다 임대료(1,400만원)의 비중이 더 크다.

결국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의 하소연을 ‘을들의 싸움’으로만 몰아가선 곤란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인태연 전국유통상인연합회 대표는 “소상공인의 위기는 근로자에게 지불할 임금 부담 때문이 아니라 프랜차이즈 본부의 불공정거래 행위와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프랜차이즈 비용분담 구조에선 가맹점이 수익개선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며 “정부가 프랜차이즈의 불공정 거래를 감독하고 가맹본부는 점주들의 최소수입이 보장될 수 있도록 본부가 가맹점의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 부담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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