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은 4위, 관중은 꼴찌.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1부) 강원FC의 중간 성적표다. 강원은 올 시즌 개막 전부터 가장 큰 관심을 모은 팀이다. 지난해 챌린지(2부)에서 올해 클래식으로 승격해 올라온 강원은 올 겨울 이적 시장에서 정조국(33)과 이근호(32), 오범석(33), 김경중(26), 김승용(32), 황진성(33) 등 전직 국가대표를 잇달아 영입해 화제의 중심에 섰다. 클래식 잔류를 목표로 하는 일반적인 승격 팀과 달리 강원은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노린다”고 큰 소리 쳤다. 3위 안에 들겠다는 의미였다.
강원은 올 시즌 모든 홈경기를 평창동계올림픽 스키점프 착지대를 활용한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프 타워에서 소화하기로 했다. 실제 선선한 기후, 스키점프대와 인공폭포가 빚어낸 이색적인 풍경, 축구전용구장과 비교해 손색없는 환경이었다. 입장권 가격도 상대 팀에 따라 차등 책정했다. 전북 현대와 FC서울, 수원 삼성 등 인기 팀과 홈경기가 더 비싸다.
총 33라운드 중 21라운드까지 소화한 현재 강원은 성적 면에서는 투자 대비 효과를 봤다.
시즌 초반 하위권을 맴돌았지만 5월 이후 반등하며 9승7무5패(승점 34)로 4위를 달리고 있다. 전북 현대(승점 41), 울산 현대(승점38), 수원 삼성(승점 36)이 1~3위다. 5위인 제주 유나이티드와 FC서울(이상 승점 31), 7위 포항 스틸러스(승점 29)와 격차가 크지 않아 안심할 단계는 아니지만 충분히 선전하고 있다는 평이다. 작년 득점왕 정조국(3골1도움)이 부상으로 주춤한 게 아쉽지만 김승용(2골5도움), 문창진(5골3도움), 이근호(5골3도움) 등 적지 않은 돈을 들여 데려온 선수들이 공격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근호와 문창진은 얼마 전 선임된 신태용(47) 국가대표 감독의 부름을 받아 태극마크를 달 거란 전망도 나온다. 올 여름에는 현직 국가대표 미드필더 한국영(27)의 가세로 허리가 더 단단해졌다.
반면 관중 동원은 낙제점이다.
강원은 홈에서 10경기를 치러 2만955명이 들어왔다. 경기 당 평균 2,096명으로 군 팀인 상주 상무(총 관중 2만1,022명ㆍ평균 2,102명)에도 뒤진 꼴찌다. 관중 10위인 광주FC(평균 4,106명)의 절반 수준이다. 물론 작년(1,054명)에 비하면 두 배 늘었지만 만족할 수준은 아니다. 지난 3월 11일 서울과 홈 개막전에 5,098명이 들어차고도 누런 색깔의 잔디와 악취 등으로 호된 비판을 받았고, 이후에는 1,000~3,000명을 오가고 있다. 개막전에서 지적된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이 됐으나 여전히 팬들에게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프 타워가 매력적인 축구장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강원 원정을 다녀온 전북 서포터 MGB 관계자는 “가족과 함께 평창에 놀러 가서 축구장을 들른다면 모를까 축구만 보러 평창까지 가기에는 돈이나 시간이 조금 아깝다는 정서가 팬들 사이에서 많다”고 말했다.
프로축구 관계자도 “구단이 셔틀버스 등을 동원하긴 했지만 여전히 평창은 접근이 쉽지 않고 강원도를 대표하는 장소로 자리잡지 못한 한계가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조태룡 강원 대표이사는 “작년까지 강릉, 원주, 춘천에서 홈 경기를 소화했고, 평창에서 온전히 한 시즌을 치르는 건 올해가 처음이라 어느 정도 진통은 있을 걸로 예상했다”며 “작년에 비해 관중이 두 배 늘었다는 게 고무적이다. 내년도 올해에 비해 두 배 늘고, 또 다음 해에도 100% 성장하면 수 년 내에 1만 관중까지 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은 올 시즌 좋은 성적→관중 유입→스폰서 유치라는 ‘선 순환 효과’에 적지 않은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관중몰이에서 제동이 걸린 것에서 보듯 스폰서 유치도 아직 내세울 만한 성과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조 대표는 “한 구단이 소위 말하는 ‘빅 마켓’으로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5~8년은 걸린다. 조급해하지 않겠다. 선수단과 직원들에게 늘 즐기라고 강조한다. 더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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