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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짱’되려다 콩팥병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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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짱’되려다 콩팥병 걸린다?

입력
2017.07.1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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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근육 운동, 단백질 섭취가 콩팥 부담 늘려

“운동 선수, 근육 운동하는 사람 정기 콩팥 검사 필요"

몸짱 근육을 만들기 위해 과도하게 섭취하는 단백질이 오히려 콩팥 건강을 해쳐 만성콩팥병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게티이미지뱅크
몸짱 근육을 만들기 위해 과도하게 섭취하는 단백질이 오히려 콩팥 건강을 해쳐 만성콩팥병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게티이미지뱅크

근육질 몸매를 가진 헬스트레이너 김모(30)씨는 최근 받은 건강검진에서 콩팥병이 의심된다며 정밀검사 판정을 받았다. 콩팥의 이상 여부를 판단하는 '사구체 여과율'과 '혈청 크레아티닌' 검사 결과가 정상 범위를 벗어나서다. 사구체는 콩팥에서 소변을 거르는 최소 단위로, 사구체 여과율은 1분에 소변을 얼마나 거르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다.

김씨의 콩팥 사구체 여과율은 53.09mL/분/1.73㎡. 젊은 성인의 사구체 여과율(120~130mL/분/1.73㎡)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사구체 여과율이 60mL/분/1.73㎡이면 사구체 기능이 5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본다. 때문에 콩팥 조직 손상 여부와 상관없이 사구체 여과율이 60mL/min/1.73㎡ 이하인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콩팥병으로 진단한다.

김씨의 혈청 크레아티닌 수치도 1.57mg/dL로 정상 범위(0.52~1.1mg/dL)를 벗어나 있다. 두 검사 수치만 보면 만성콩팥병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김씨의 콩팥 기능은 왜 만성콩팥병 환자 수준으로 떨어졌을까.

'근육맨' 콩팥, 일반인보다 훨씬 떨어져

김씨는 오는 9월 보디빌딩 대회 출전을 앞두고 근육 운동에 몰두하고 있다. 매일 고강도 근육 운동을 하면서 닭가슴살 등 고단백질 위주로 식사를 한다. 단백질 보충제도 따로 챙겨 먹는다.

그의 체중에서 차지하는 지방 비율은 평소 15%인데, 현재는 9%에 불과하다. 보디빌딩 대회 때는 3%까지 낮춘다고 한다. 몸 근육을 극대화하고 지방을 줄임으로써 키 181㎝에 평소 78㎏이던 체중이 지금은 72㎏으로 줄었다.

학술지 '운동과학’(2013년)'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30~39세 한국 성인 남성(평균 키 173.8㎝, 체중 73.2㎏)의 지방 비율은 평균 23%, 지방 무게로는 17.2㎏이다. 현재 김씨의 지방 무게(6.48㎏)는 같은 연령대 남성 평균의 37.7%에 불과하다.

그의 혈액 속 크레아티닌 수치가 만성콩팥병 환자만큼 높은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근육 속의 '크레아틴'이란 물질의 대사산물인 크레아티닌은 혈액 속으로 들어갔다가 콩팥에서 걸러져 소변으로 배출된다. 때문에 근육이 많은 사람의 소변 속 크레아티닌 함량이 대체로 높다. 팥 기능이 떨어지면 크레아티닌이 원활히 배출되지 않아 혈청 크레아티닌 수치가 정상 범위보다 높게 나온다.

최근 두 달 간 그의 혈청 크레아티닌 수치는 정상 범위를 넘는 1.56~1.62㎎/dL대를 기록하고 있다. 김씨의 콩팥 기능 검사 결과는 ▦근육이 무척 많으며 ▦콩팥이 제 기능을 못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단백질 과다 섭취, 콩팥 건강 위협

요즘 같은 여름이면 몸짱이 되려고 헬스클럽을 찾는 이가 많이 늘어난다. 운동으로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고 멋진 몸매를 만드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많은 근육과 근육을 만들기 위해 과다 섭취하는 단백질은 콩팥 건강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콩팥에서 혈액을 거르는 것을 '여과'라고 한다. 심한 근육운동은 고혈압, 당뇨병, 임신, 비만과 더불어 사구체 '과(過)여과'의 5대 요인으로 꼽힌다. 근육 속 단백질이나 음식으로 섭취한 단백질의 대사 산물 중 질소화합물인 요소는 소변으로만 배출된다. 운동으로 근육을 과도하게 많이 만들거나, 단백질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콩팥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 한국인의 섭취 칼로리 중 단백질 비율은 7~20%이다.

콩팥의 정상 여과율을 100%로 할 때, 과여과는 여과율이 120~130% 이상으로 높아지는 것이다. 과여과 현상이 잠깐 나타났다가 정상으로 되돌아가면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과여과 현상이 자주 반복되거나, 장기간 지속되면 콩팥의 피로 현상이 가중되다가, 나중에는 콩팥 기능이 60%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만성콩팥병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김성권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는 “운동선수뿐 아니라, 일반인 중에도 근육 운동과 함께 단백질 보충제를 섭취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데, 콩팥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며 “전문적으로 근육을 만드는 사람은 정기적으로 콩팥 기능 검사를 받기를 권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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