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박근혜 정부의 ‘캐비닛 문건’들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삼성 경영권 승계 지원 검토 등 국정농단 사건 관련 문건들이 다수임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재판은 물론, 국정농단 추가 수사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중앙지검은 17일 청와대에서 발표한 민정수석실 문건 300여종 중 일부를 박영수 특별검사팀으로부터 넘겨 받아 특수1부(부장 이원석)에 배당했다. 특수1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사건과 정유라 사건 등 국정농단 수사와 공소유지를 맡아왔다.
우선 검찰은 선고를 한 달 가량 앞둔 이 부회장 뇌물공여 사건 관련 자료부터 들여다 볼 것으로 알려졌다. 공문서가 아닌 자필 메모로 작성된 문건에는 ‘삼성 경영권 승계 국면→기회로 활용’ ‘삼성 당면 과제 해결에 정부도 상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 등 경영권 승계 관련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 검찰 관계자는 “작성자와 작성 시기, 경위 등을 조사한 뒤 공소유지와 수사에 필요한 게 있으면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문건들이 2014년 6월부터 2015년 6월까지 민정수석실에서 작성됐다는 점에 비춰 재임 기간이 맞물리는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추가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반면 우 전 수석은 이날 자신의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를 다루는 공판에 출석하면서 캐비닛 문건에 대해 “언론 보도를 봤지만 무슨 상황인지,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다”고 답했다.
청와대의 문건 발표 3일 만에 특검에서 자료를 받아 수사에 착수한다고 검찰이 밝히면서 “가이드라인을 청와대가 준 것이 아니냐”는 ‘하명 수사’ 논란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가 이날 정무수석실 쪽에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세월호 등 문건들의 존재를 추가로 밝히고 사본을 특검에 내겠다고 함에 따라 이를 넘겨 받을 검찰 수사는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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