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상습침수피해 막는다며
240억 들여 도심 2곳에 설치
“330㎜ 강수량에도 침수 없다”
홍보 이틀 만에 물난리 촌극도
“설계ㆍ관리 문제 없나 조사해야”
“땅속에 저수탱크만 설치하면 큰 비에도 끄떡없다고 하기에 점포 앞 도로를 2년간 파헤치는 공사를 해도 꾹 참았는데, 오히려 전 보다 더 큰 침수 피해를 입었으니 분통이 터질 수 밖에요.”
충북 청주시에 16일 하룻동안 290㎜의 물폭탄이 쏟아져 기상 관측사상 두번째 많은 비를 기록했지만 주민들은 이번 비피해를 천재가 아닌 인재로 인식하고 있다. 앞서 청주시가 상습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수백억 원을 들여 설치한 우수저류시설이 이번 폭우에 제 기능을 못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침수 피해를 당한 주민들은 “우수저류시설이 정말 효용성이 있는 것인지, 관리는 제대로 됐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당국을 강하게 성토하고 나섰다.
청주시는 장마철 상습침수 지역인 내덕로에 140억원을 들여 1만 6,000㎥의 빗물을 저장할 수 있는 대형 우수저류시설을 도로 지하에 설치, 2015년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당시 상인과 주민들이 상가 앞 도로굴착에 반대하자 청주시는 “상습 침수를 막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공사를 강행했다.
그러나 폭우가 쏟아진 16일 이 우수저류시설은 무용지물이었다. 인근 100m의 도로는 물론 주변 상가 1층까지 물바다가 되면서 가전제품이 둥둥 떠다니는 등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이 일대 60여개 점포들은 당분간 영업을 하지 못할 정도로 큰 피해를 입었다.
청주시가 100억원을 들여 지난해 5월 준공한 서원구 개신동 충북대정문 부근 우수저류시설(1만 3,700㎥처리 규모)도 제 역할을 못했다.
16일 오전 충북대정문 앞 사거리가 온통 물바다로 변해 주차된 차량들이 물에 휩쓸려 뒤엉키고 지하와 1층 상가에는 흙탕물이 들이 찼다.
개신동 주민들이 더 화나는 것은 청주시가 지난 14일 SNS를 통해 ‘해마다 폭우에 침수되던 충북대 정문 일대가 우수저류시설 덕분에 330㎜ 강수량에도 끄떡 없다’고 홍보까지 했기 때문이다. 건물주 신모(69)씨는 “그런 홍보만 안 했어도 전처럼 호우에 철저히 대비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원구 내덕로 주민 유모(60)씨는 “지대가 높은 곳엔 저류시설로 빠지는 배수구가 3,4개나 되는데 비해 물이 많이 고이는 저지대에 배수구가 단 1개 밖에 없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며 “우수저류시설 시공 당시 설계를 제대로 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선희 청주시 하천방재과장은 “폭우가 오기 전 저류시설은 비어 있었고 폭우가 내리면서 정상 작동됐다”며 “저류시설이 있어 그나마 피해를 줄인 것”이라고 반박했다.
16일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충북에서는 청주를 중심으로 비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이번 비로 도내에서는 산사태 등으로 4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 또 충북도로관리사업소 소속 보수원 1명이 파손된 도로보수 작업을 하고 쉬던 중 쓰러져 숨졌다. 청주시와 보은군에서는 212가구 441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청주시 흥덕구 가경·복대·강서동 일대 6만 1,000여 가구 주민들은 수도관이 파열돼 임시 통수시설로 수돗물을 공급받고 있다. 이 수도관을 완전 복구하는 데는 열흘 가까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도내에서 수해를 입은 26개 학교 가운데 건물이 침수된 청주 운호중 등 5개교는 17일 휴교하거나 수업을 단축했다. 이들 학교는 여름 방학을 앞당기기로 했다.
충북도와 도의회는 17일 청주시와 증평·진천·괴산군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하고 KTX오송역을 연결하는 오송지하차도 개량 사업비를 지원해 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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