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21일 적대행위 중지 논의”
한적 “8월 1일 이산 상봉 논의”
北이 응하면 남북관계 새 전기
정부가 17일 북한에 상호 적대 행위 중지를 위한 군사회담과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을 동시 제안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 을 이행하기 위한 후속 조치로서 북한이 호응할 경우 지난해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전면 단절됐던 남북 관계가 새 전기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주석 국방부 차관은 이날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군사분계선(MDL)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체의 적대 행위를 중지하기 위한 남북 군사당국회담을 21일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개최할 것을 북측에 제의한다”고 밝혔다. 서 차관은 이어 “북측은 현재 단절돼 있는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복원해 우리 측 제안에 대한 입장을 회신해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선향 대한적십자사 회장 직무대행도 같은 시간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에서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 행사 개최 등 인도적 현안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 적십자회담을 8월 1일 판문점 우리 측 지역 ‘평화의 집’에서 가질 것을 제의한다”고 밝혔다. 김 직무대행은 “우리 측에서는 김건중 대한적십자사 사무총장을 수석대표로 해 3명의 대표가 나가게 될 것”이라며 “조선적십자회 측의 입장을 판문점 남북 적십자 연락사무소를 통해 회신해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는 문 대통령이 6일 독일 베를린 쾨르버 재단 연설을 통해 제안한 군사 적대 행위 중단과 이산상봉 등 대북 제안을 시간과 장소를 특정해 공식화한 것이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이어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는 북한에 대해 적대시 정책을 갖고 있지 않으며, 북한의 붕괴와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번 제안은) 한반도 긴장 완화와 남북 협력을 위한 가장 시급한 문제”라며 북한의 호응을 촉구했다. 북한이 회담에 응하면 2015년 12월 남북 차관급 회담 이후 1년 7개월 만의 남북 당국 회담이 성사되며 남북 군사회담은 2014년 10월 비공개 접촉 이후 2년 9개월 만이다. 또 추석(10월 4일)에 이산가족 행사가 열리면 2015년 10월 이후 2년 만에 재개되는 것이다.
정부의 이날 제안은 15일 북한이 내놓은 베를린 구상에 대한 첫 반응 등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노동신문 논평을 통해 ‘베를린 구상’에 대해 “잠꼬대 같은 궤변”이라 고 비판하면서도 “선임자들과는 다른 입장이 담겨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남겼다. 특히 북한이 “제2의 6ㆍ15 시대로 가는 노정에서 북과 남이 함께 떼여야 할 첫 발자국은 당연히 북남 관계의 근본 문제인 정치군사적 대결 상태를 해소하는 것”이라고 밝힌 대목도 남북 군사회담에 응할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게 당국과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지난해 5월 7차 당대회에서 상호 적대행위 중단을 위한 군사회담을 우리 정부에 제의하기도 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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