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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택시운전사' 송강호 "정치적 노선 걷는 배우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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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택시운전사' 송강호 "정치적 노선 걷는 배우 아니다"

입력
2017.07.17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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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경제 양지원] "현대사에서 지울 수 없는 아픔을 부끄럽지 않게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배우를 꿈꾸기 시작한 중2. TV도 구경하기 힘든 '깡촌'에 산 송강호는 광주에서 폭도들을 진압했다는 아침 뉴스를 듣고 안도했다. 왜곡 보도와 언론 통제로 눈과 귀가 막힌 시대에서 '어린' 송강호 역시 1980년 5월 광주 민주화운동의 진실을 몰랐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 '그 날'의 진실을 알았고, 가슴 한 켠에 미안한 마음이 자리 잡았다. 송강호는 영화 '택시운전사'(8월 3일 개봉)를 통해 "광주시민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택시운전사'는 기존의 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와 달리 신파적이지 않은 게 특징이다. 시대의 아픔과 고통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닌 비극에서도 빛나는 희망을 담은 영화다.

"1980년 광주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 꽤 있지 않습니까? 그런 작품들 모두 당시 아픔과 비극을 많이 묘사했죠. 때문에 장훈 감독이나 저나 '택시운전사'가 관객들에게 어떻게 새롭게 다가갈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광주시민들과 수많은 사람들이 비극을 어떻게 극복했는지에 초점을 맞추려고 했죠. 그게 이 영화의 핵심입니다."

영화는 계엄 하의 언론 통제를 뚫고 광주의 실상을 취재한 위르겐 힌츠페터(토마스 크레취만)와 평범한 소시민인 택시운전사 김사복 씨의 실화를 담는다. 송강호는 아무것도 모른 채 독일기자 위르겐 힌츠페터를 태우고 비극의 현장으로 가는 택시기사 만섭, 즉 김사복 역을 맡아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연기를 펼친다. 만섭은 극한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인간의 도리를 택하는 인물이다.

"만섭이라는 인물이 정의감과 사상 때문에 다시 광주로 돌아간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태우고 온 손님을 사지에 두고 왔다는 것을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죠. 인간의 도리를 지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도리가 없는 세상에서 끝까지 도리를 지킨 사람들의 모습이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됐으면 합니다. 시대는 참혹했지만 사람들의 온기가 있었죠."

사실 송강호는 '택시운전사'의 출연을 한 번 고사한 바 있다.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멋쩍게 웃었다.

"출연을 고민하다 거절했죠. '변호인'때와 비슷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삶을 통해 많은 분들에게 누를 끼치지 않을까에 대한 두려움이 컸죠. '택시운전사' 역시 두려움이 컸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점점 더 마음 속에서 이야기가 커졌고, 결국 출연을 결심하게 됐죠."

'택시운전사'에는 송강호 외에도 유해진, 류준열이 출연해 따뜻한 온기를 더한다. 무엇보다 송강호와 유해진은 20년 만에 첫 호흡에서 같은 직업의 역할을 연기해 눈길을 끈다. 유해진은 광주 택시운전사 황태술로 분해 위기에 처한 만섭을 돕는다.

"유해진과는 20년 지기인데 어떻게 한 번도 같은 작품을 못 했더라고요. 10년 전쯤 양수리 세트장에서 만났을 때 (유)해진이가 '형님이 반대하는 것 아니냐'며 투덜대더군요. 어쩌다 보니 20년 만에 이 작품에서 만나게 돼서 더 특별한 것 같습니다. (류)준열이도 잘해줬어요. 눈매만 보고 까칠한 성격인 줄 알았는데 정말 밝고 유쾌하더라고요."

그 동안 송강호는 '공동경비구역 JSA'(2000년) '살인의 추억'(2003년) '효자동 이발사'(2004년) '변호인'(2013년) 등 한국 근 현대사를 다룬 작품에 출연해왔다. 일각에서는 송강호의 정치적 소신이 묻어난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연극무대에 섰을 때도 늘 했던 고민이 있습니다. '배우로서 어떻게 잘할 것인가?'라는 것이었죠. 그만큼 '무엇을 말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정치적 소신이나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작품을 골라 선택한 건 아닙니다. 나름대로 의미 있는 작품과 메시지에 충실했던 것 같습니다. 참고로 제 차기작은 '마약왕'입니다. 하하하."

어느덧 데뷔 27년 차에 접어든 송강호는 자신만의 연기 색깔로 입지를 공고히 다진 배우다. 송강호에게 연기란 '자연인' 송강호와 '배우' 송강호가 함께 공존하는 것이다.

"배우라는 직업이 스포츠선수처럼 승패가 갈리는 게 아니잖아요. 제 리듬에 따라 이번엔 이 작품, 다음엔 이 작품을 선택하겠다는 건 없어요. 오랜 시간 동안 '자연인' 송강호와 '배우' 송강호가 같이 경력을 쌓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진=쇼박스 제공

양지원 기자 jwon04@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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