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팀 간부가 친인척에 법인 세우게 해
일감 몰아주고 비용 부풀린 뒤 되돌려 받아
檢, 하성용 사장 개입 의혹 집중 수사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하성용(66) 사장의 ‘연임 로비’ 의혹 등을 수사중인 검찰이 KAI로부터 외주를 받은 연구ㆍ인력 용역업체와 KAI 인사팀 간부를 비자금 조성 및 은닉의 저수지로 의심하고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박찬호)는 KAI가 연구ㆍ인력 용역업체인 경남 소재 A사에 일감을 몰아준 뒤 비용을 과다계상하고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살펴보고 있다.
KAI에서 A사에 용역을 주고 회계처리 실무를 담당한 직원은 인사팀 간부 손모씨로, 손씨 모친이 하 사장과 종친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손씨가 자신의 친인척에게 A사 법인을 세우게 한 뒤 KAI 일감을 몰아주고 대금을 과다지급 하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회사 돈을 불법 유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손씨의 행위가 개인비리 차원이 아니라, 회사 차원의 조직적이고 구조적인 범행일 것으로 보고, 하 사장의 개입 여부를 중점적으로 살펴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말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아 A사 주소지에 수사관들을 보냈지만, 문을 닫은 페이퍼 컴퍼니로 드러나 허탕을 쳤다. 때문에 검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하 사장과 A사의 유착 의혹도 파헤친다는 계획이다.
KAI가 A사에 지급한 비용은 수백억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가운데 최소 수십억원 이상이 비자금으로 조성돼 하 사장 연임 로비 등에 쓰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KAI 내부사정에 정통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손씨가 KAI 내부비리를 잘 알고 있어 이번 수사의 ‘키맨’이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검찰은 지난 14일 KAI 서울사무소, 사천본사 등을 압수수색하며 인사팀 간부 손씨가 사용하던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에서 관련 자료를 확보하는데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조만간 손씨와 A사 대표 등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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