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공여죄 유죄 땐 대가성 인정
일각선 “다른 재판 결과 나올 수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과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은 따로 진행되고 있지만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뇌물을 주고(이 부회장), 받은(박 전 대통령) 사이인지 다투는 공판이다 보니 어느 한쪽에 유죄가 나오면 필연적으로 다른 쪽도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상식적 판단이다. 막바지에 다다른 이 부회장에 대한 뇌물공여죄 재판이 이후 석 달 뒤 박 전 대통령 재판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부장 김진동)는 지난 12일 이 부회장 등 삼성전자 임원들에 대한 결심공판을 8월 2일 열겠다고 밝혔다. 10월 말쯤 선고가 예상되는 박 전 대통령 측은 앞서 나올 이 부회장 재판 결과에 온통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592억원 뇌물수수 혐의 가운데 400여억원 가량을 삼성 측으로 받은 뇌물로 보고 기소했다. 받은 돈이 1억원 이상이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특가법)상 뇌물죄가 적용되는 만큼 박 전 대통령은 삼성 관련 뇌물 혐의만으로도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중형을 선고 받을 수 있다.
이 부회장에 대한 재판부 판단은 박 전 대통령 재판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가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죄를 유죄로 인정하면 정유라씨에 대한 말 지원에 대가성이 있었고 삼성 현안 해결이 대통령 직무와 관련된 일이라는 걸 인정하는 셈이다. 만약 범죄가 성립하기 위해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점이 반드시 입증돼야만 하는 제3자 뇌물죄가 적용된 재단 출연금 부분까지 유죄로 인정되면 독대 때 청탁이 오가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박 전 대통령에게는 결코 유리한 상황이 아니다. 마음 졸이면서 지켜볼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것이다.
반면 이 부회장 유죄가 곧 박 전 대통령 유죄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허위 제보에 의한 경우가 많아 뇌물죄 여부를 엄격히 따지는 게 최근 판결 추세”라며 “준 사람이 있어도 받은 사람이 뇌물성을 인식하고 돈을 받았다는 게 심증을 형성할 만큼 입증되지 않으면 무죄가 나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1987년 대법원 판례에도 “뇌물공여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뇌물 주는 행위와 상대방에서 금전적으로 가치가 있는 그 물품 등을 받아들이는 행위가 필요할 뿐 반드시 상대방 측에 뇌물수수죄가 성립될 필요는 없다”고 돼 있다.
마찬가지로 이 부회장에게 무죄가 선고됐다고 해서 박 전 대통령이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돈의 대가성과 직무관련성이 어느 정도 인정되더라도 뇌물을 주고 받는다는 두 사람의 합의와 인식이 뚜렷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무죄가 나올 수 있다. 이 부회장 재판부가 이 부회장 인식이 뚜렷하지 않았다고 판단하면 무죄 선고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인식에 대한 판단은 해당 재판부 몫이라 얼마든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최순실씨 역시 이 부회장 재판 결과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특히 딸 정씨가 최근 이 부회장 재판에 나와 최씨가 삼성 측과 말세탁을 논의했고, “삼성 말을 네 것처럼 타도 된다”고 말한 사실을 밝혀 최씨에게 불리한 국면이 펼쳐지고 있어 더 그렇다. 최씨가 향후 이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정씨 증언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재판에 반전을 꾀할지도 주목된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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