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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290㎜ 물폭탄, 포항은 기우제 한반도 두 얼굴’

입력
2017.07.16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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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당 90㎜ 넘는 장대비 쏟아져

무심천 범람ㆍ산사태 등 피해 속출

중부 주민ㆍ야영객 4명 사망ㆍ실종

7월 포항 강우량은 19.9㎜ 불과

지하수위 낮아져 ‘염해’ 현상도

농작물 피해ㆍ생활용수마저 걱정

16일 오전 충북 청주에 시간당 90㎜가 넘는 비가 쏟아지면서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이날 청주시 서원구 모충동의 한 도로가 잠기면서 차량과 주택, 인근 상가에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2017.7.16./뉴스1
16일 오전 충북 청주에 시간당 90㎜가 넘는 비가 쏟아지면서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이날 청주시 서원구 모충동의 한 도로가 잠기면서 차량과 주택, 인근 상가에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2017.7.16./뉴스1

충청권을 중심으로 중부 지방에 폭우가 내리면서 주민과 야영객 4명이 사망·실종하고 충북선 철도 운행이 한 때 중단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장맛비는 가뭄이 가장 극심한 경북 동해안 지역은 비켜가 대조를 이뤘다.

16일 기상청과 각 시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충북 청주에 시간당 90㎜가 넘는 장대비가 쏟아진 것을 비롯해 세종과 충남, 경북 북부 지역에 집중 호우가 내리면서 사고가 이어졌다.

이날 오전 9시쯤 충북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 이목리에서 배모(79·여)씨가 집 근처에서 산사태로 발생한 토사에 휩쓸려 실종됐다 오후 4시 45분쯤 숨진 채 발견됐다. 오후 3시 10분쯤 상당구 미원면 옥화리에서 이모(58·여)씨가 산사태로 매몰돼 숨졌다. 이날 오전 보은군 산외면 동화리에서는 논을 살피던 김모(78)씨가 배수로에서 실족해 사라졌다는 신고가 들어와 경찰과 소방대가 인근 하천에서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오후 1시 30분쯤 경북 상주시 화서면 하송리에서는 야영객 1명이 계곡 물에 휩쓸려 실종됐다.

기습적인 폭우에 열차도 멈춰섰다. 충북선 청주역~오근장역 구간 일부 철로가 물에 잠기고 토사가 유입되면서 오전 11시부터 열차 운행이 전면 중단됐다. 코레일은 인력 50여명을 급파, 긴급 복구에 나서 4시간여 만인 오후 3시 15분부터 열차 운행을 재개시켰다. 코레일 관계자는 “다행히 레일 등 시설물에는 큰 이상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제천, 단양지역 시멘트를 나르는 화물열차 운행에도 큰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9시를 전후해 시간당 91.8mm의 기록적인 폭우가 퍼부은 청주는 하천이 일부 범람하면서 주택가와 도로가 침수되고 3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청주 도심을 관통하는 무심천의 수위는 이날 정오쯤 만수위(4.3m)를 웃도는 4.4m까지 치솟아 하류 지역인 흥덕구 신봉동 일대 17가구 30여명이 인근 주민센터로 긴급 대피했다. 청주 율량천도 범람 위기에 놓여 주민 일부가 대피했고, 상당구 용암동 소하천과 명암유원지의 물이 넘쳐 인근 상가와 도로로 역류했다. 상당구 월오동과 운동동에서는 50여 가구 120여명의 주민들이 마을회관에 피했다가 비가 그친 오후 귀가했다.

흥덕구 복대천 인근은 오전 한 때 하천물이 넘쳐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지하주차장에 주차한 차들을 지상으로 옮기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오후 들어 흥덕구 비하동의 가경천이 범람해 대농교 주변 상가 20여곳과 주차됐던 차량 50여대가 물에 잠겼다. 이 일대에서는 하천 제방 유실로 상수도관이 파손되면서 가경·복대·강서동 지역의 수돗물 공급이 일시 중단됐다.

대전지방 기상청 청주기상지청 관계자는 “16일 하루동안 청주에는 290.2㎜의 물폭탄이 터져 기상관측 이래 두 번째를 기록했다”며 “장마전선이 얇은 띠 형태로 발달해 청주와 천안 지역을 지나간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낮 12시쯤 충남 천안시 성환천이 역류해 장천교 인근 성환읍 한솔아파트 지하주차장과 입장면 유리·신두리 주택 2채가 물에 잠겼다. 오전 11시쯤에는 천안시 동남구 수남리 낚시터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낚시객들이 긴급 대피하는 아찔한 상황까지 연출됐다.

이틀간 100㎜ 안팎의 비가 쏟아진 강원 원주와 정선에서는 16일 강물이 불어 펜션 투숙객 등 170여 명이 한때 고립됐다가 구조됐다.

이날 새벽 서울 강남구와 경기 성남시 등에 폭우가 쏟아져 국민안전처가 탄천유역에 홍수주의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포항, 경주 등 경북 동해안 일대 가뭄이 계속되면서 포항 남구 오천읍 오어저수지 바닥이 거북이 등처럼 갈라져 있다. 포항 남구 오천읍과 청림동 지역 보조수원인 오어지 저수율은 25% 밖에 되지 않는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포항, 경주 등 경북 동해안 일대 가뭄이 계속되면서 포항 남구 오천읍 오어저수지 바닥이 거북이 등처럼 갈라져 있다. 포항 남구 오천읍과 청림동 지역 보조수원인 오어지 저수율은 25% 밖에 되지 않는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충청 등 중부지역에 폭우가 쏟아진 반면 포항시 경주시 영덕군 등 경북 동해안은 유례없는 가뭄에 허덕이고 있다. 16일 포항지역 강우량계는 0.0mm를 기록했다. 7월 들어 포항의 강우량은 총 19.9mm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극심한 가뭄에 경북 동해안 곳곳에선 논바닥이 쩍쩍 갈라지고 심은 모는 시들고 있다. 부추 콩 등 밭작물은 생육부진으로 올해 수확을 포기해야 할 지경이다.

포항 특산인 부추 밭에서는 지하수위가 낮아져 해수가 침범, 염도가 높아지면서 서해안에서나 볼 수 있던 염해가 나타나고 있다. 포항지역에서 당장 물을 대지 못하면 수확에 차질이 예상되는 논은 31.6㏊, 생육 부진과 시들음 현상이 발생한 밭 면적은 9.2㏊에 달한다. 일부 지역에선 생활용수를 걱정해야할 판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주민들은 속절없이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 포항시 남구 대송면 산여리 주민들은 지난 14일 해발 467m인 운제산 대왕암에 올라 기우제를 지내는 등 최근 포항지역에서 기우제를 지낸 마을이 3, 4곳에 이른다.

대구기상지청 관계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일본 남동쪽 해상에 중심을 두고 있어서 남서 해상에서 들어오는 수증기는 서쪽에 비를 뿌리고, 소백산맥 동쪽은 상대적으로 건조해져서 비구름대의 발달이 약하고 기온은 높게 올라간다"며 "26일까지 중기예보에서도 포항 경주지역에는 비 같은 비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청주=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포항=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주말강수량/2017-07-16(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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